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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뉴스

호주제 폐지 의원 입법추진 "호주제"폐지를 위한 간담회 개최

 
  

 
호주제 폐지 의원 입법추진 "호주제"폐지를 위한 간담회 개최
발행일 : 2003-04-25 등록일 : 2003-05-09
한국여성단체연합 정보부장 이선영   



▲ "호주제"폐지를 위한 간담회를 주최한 국회인권정책연구회 회장 이미경 의원  ⓒ 한국여성단체연합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이 의원입법형태로 추진된다.
국회인권정책연구회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22일 국회에서 여야의원 10여명과 여성·시민단체대표 및 법무부, 여성부, 대법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호주제 폐지를 위한 간담회’를 열어 시민연대가 최근 의원입법을 요구한 민법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 간담회는 최영희 국회의원 사회 하에 진행되었으며, 이를 주관한 국회인권정책연국회 회장인 이미경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이제까지 시민운동차원에서 호주제 폐지와 관련하여 할 수 있는 활동은 다 했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의 정서와도 불일치하고, 심지어 UN차별철폐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고 있는 불평등한 호주제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개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국회원들이 자성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하며, 따라서 "시민연대를 통해 개정안이 만들어진 지금이야말로 국회가 개정안을 통해 오랜 기간동안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현재의 제도를 고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배희 소장이 발표한 시민연대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1) 호주를 중심으로 ‘그 가(家)에 입적한 사람’을 가족으로 규정한 현행 민법 조항을 삭제하고, 2) 아버지의 성만 따르도록 강제한 조항을 없앤다. 3) 대신 부모 협의에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을 정하고, 협의할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했다. 4)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자녀의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 호주제 폐지와 관련된 주요 우려점에 대한 일문일답을 설명하고 있는 이오경숙 여성연합 대표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오경숙 여성연합 대표는 호주제 폐지 일문일답을 통해 비민주적 가족제도인 호주제 페지의 이유와 폐지이후의 새로운 신분등록제인 가족부와 1인1적제도를 개략적으로 소개했으며, 이를 실시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점을 불식시켰다. 또한 '호주제의 폐지가 가족의 해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 이미 이를 폐지한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이혼율이 높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호주제가 가부장적 사고를 확대재생산하여 부부갈등과 가족해체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으며 이를 폐지함으로써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관계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 주장하였다.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발표에 나선 진선미 변호사와 김상용 부산대 법대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6개월간의 시행기간을 두어 개인신분을 기록하는 ‘호적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개인신분 기록방식은 부부와 미혼자녀가 함께 오르는 가족별 호적편제 방식과 개인마다 신분변동을 기록하는 개인별 편제 방식 등을 제시하였다. 이 경우 어떠한 대안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국내 호적부가 이미 전산화가 완료되어 있어 절차상의 문제는 크게 복잡하지 않으므로 어떠한 방식이 효율적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라 한다.

   ▲ "개인적으로 호주제 폐지에는 적극 동의하며 일인일적을 대안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국회의원  ⓒ 한국여성단체연합
또한 이 과정에서 일본의 경우는 호주제 폐지 과정에 대한 예를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호주제 관련 법률 개정시 호적부가 현재 한국과는 달리 종이 호적부로 존재하여 이를 정리하는데 15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미 전산화가 다 이루어진 한국의 현실에서 호적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길 절차와 비용을 문제삼아 호적제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일 것"이라고 주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새로운 신분등록제 도입에 대해 발표한 이재호 고등법원판사(대법원 법정심의관)은 "새로운 신분제 등록과 변환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법무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2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호적부가 전산화되어 있기는 하나, 제적부는 아직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아 완전한 전산화까지는 많은 작업과 시간이 필요하며, 주민등록번호가 불일치하거나 누락된 경우도 상당한 비율로 나타나고 있어 이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함께 논의되고 있는 성본(姓本) 문제는 사회적인 시각의 다양성과 그 인식의 뿌리가 깊어 호주제 문제와 같이 다루기에는 아직은 적합하지 않다는 이견을 보였다.

이러한 이견은 조정환 법무부 법정심의관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호주제 폐지 문제는 10년전에도 법무부에서 논의된 문제이나 현실을 고려해 폐기된 바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호주제는 신분공시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제도가 아직 국내법상으로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성본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친양자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인구가 전체의 3% 미만에 불과한데도 소수를 위해 대다수의 자녀들이 해당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통적 관념을 깨드리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극단적인 견해의 차이를 드러냈다.
  ▲ "호주제 폐지가 될 때까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김정숙 의원(좌)과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기반으로 해야만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김경천의원(우)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호주제 폐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호주제 폐지를 위한 의원입법에 희망적인 전망을 보여주였다. 박근혜의원은 개인적으로 1인1적제를 새로운 신분제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정서상 가족부가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1인1적제도로 가야한다고 본다. 따라서 한 과정을 더 거쳐서 비용과 노력을 낭비하느니 바로 이를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의원들은 새로운 신분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대다수의 정서와 깊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며(김경천, 김근태), "국민들에게 가족 붕괴의 염려를 불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야(김희선)", "호주제 페지는 당연하지만,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는 성과 본 문제는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오세훈)",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새로운 신분제의 이점에 대한 국민 교육을 실시하자(김정숙)"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며, 실제 변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청사진이 있어야 이해가 쉬울 것(안영근)이라는 등 실무적인 절차 상의 문제도 지적하여 의원들의 다양한 관심과 이해를 보여주었다.

고은광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 회원은 이미 젊은 이들이 호주제 폐지의 공감대를 넘어서 양성쓰기, 성 안쓰기 등의 다양한 실천과 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의 다양성을 차별하게 될 가족부 보다는 1인1적을 대안으로 하는 1인1적공동실천연대를 14일에 이미 발족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제시와 점심을 넘기는 치열한 토론 끝으로 간담회를 진행한 시민연대는 공청회 등 여론 수합과정을 거쳐 올 상반기내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원발의를 진행할 이미경의원은 “의원들 동의를 얻어 늦어도 5월 초까지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호주제 폐지 이후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마련할 때까지 6개월∼1년 정도의 경과규정을 두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