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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뉴스

우리 딸들에게 호주제없는 평등세상을…

 
  

 
우리 딸들에게 호주제없는 평등세상을…
발행일 : 2002-01-10 등록일 : 2003-05-09
호주제 집중서명운동 및 딸사랑아버지모임 창립 채비
여성연합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강씨는 임신 8개월된 몸을 이끌고 종로구청을 찾았다. 남편이 호주로 되어있는 자신의 호적을 無호주(집안에 호주를 두지 않음)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남편과 강씨,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까지 합쳐도 서너명을 넘지 않을 자신의 가족 중 누가 누구의 주인이라는 게 싫어서였다. 또 태어날 아이에게 딸이라고 해서 차별받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구청 직원은 강씨를 이 사무실, 저 사무실로 데리고 다니더니 결국은 '접수조차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접수가 안된다는 증명서(불수리증명원)라도 떼어달라고 졸라봤지만 그것 역시 '안된다'는 것이었다. 호주제 위헌소송의 절차상 불수리증명원이 필요했던 강씨는 위헌소송의 과정상 필요한 것이며 해당 구청이나 담당자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음을 누누이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문책이 두려워서였을 게다.

그 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른 구청에서 '불수리증명원'을 받았고 위헌소송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그것이 작년 11월의 일이었다. 강씨를 포함한 15명의 위헌소송 원고인단은 가정법원에 관할 구청에서 받은 불수리 처분에 대해 굴복하지 못하겠다는 '불복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 북부지원과 서부지원에서는 호주제가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호주제의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는 '위헌심판 제청결정'을 내렸다. 이는 법률 기관에서 호주제의 위헌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며, 우리들에게 호주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남부지원 등에서 같은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린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오랜 가뭄 끝에 내린 한줄기 소나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2차 집중서명운동기간 선포 및 '딸사랑 아버지 모임' 창립 채비

▲ 여성연합의 황금명륜 기획 부국장이 호주제폐지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연합에서는 호주제 폐지운동을 99년에는 주요사업으로, 2000년과 2001년에는 중점사업으로 선정하여 지난 3년동안 전국의 회원단체와 함께 범국민 서명운동, 캠페인, 토론회, 호주제폐지시민연대 참여, 민법 개정청원 등 많은 활동들을 전개해왔다. 어찌보면 이번 위헌심판 제청결정은 호주제폐지를 위한 여성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얻은 첫 번째 작은 열매인 셈이다.

이를 계기로 여성연합에서는 2001년 호주제 폐지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로 하였다. 지난 4월 17일에는 명동 한빛은행 앞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제 2차 집중서명운동기간>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하였으며, '딸사랑 아버지모임' 발족 등 향후계획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또 헌법재판소에는 성명서와 사이버 시위를 통해 이번 위헌심판 제청결정의 뜻을 존중하고 헌법의 양성평등 정신에 따라 '호주제 위헌판결'을 하도록 촉구하였다.

당일 서명자는 300여명이었으며,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의 서명동참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아줌마'와 북부·서부지원 덕을 보았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다.
2차 범국민 서명운동은 4월 24일(화), 5월 2일(수), 5월 8일(화) 명동 한빛은행 앞에서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5월 8일(화) 서명전에는 '딸사랑 아버지 모임' 발족 기자회견 및 '딸사랑 아버지 모임' 회원모집 활동도 겸해서 이루어진다.

한달여에 걸쳐 이루어진 집중 서명운동의 여세를 몰아 5월 12일(토)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딸사랑 한마당> 문화캠페인을 펼친다. 이날 행사는 <난타> 퍼포먼스팀과 함께 하는 '호주제를 난타하자' 공연과 호주제폐지 노가바(노래가사 바꾸어 부르기), 평등가족선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할 예정이다.
 
딸사랑 아버지들, 모여라!
"저는 딸이 없는데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평등한 가족문화를 바라는 모든 아버지가 참여하는 모임입니다.

1인 家長 체제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호주제도때문에 가족 내 권위주의적 문화가 강화되고 아버지와 자식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온 아버지의 설 자리는 나이가 들수록 좁아지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해도 아이들이 좀처럼 다가오질 않습니다.

가족과 사회의 기강을 세운다는 목적으로 유지되어온 호주제가 오히려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관계를 해치고 있는 것입니다.

'딸사랑 아버지모임'은 이러한 가족 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평등하고 열린 가족문화를 바라는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모임입니다. 회원이 되고 싶은 분들은 5월 8일(화) 어버이날 12시-2시, 명동 한빛은행 앞으로 오시거나, 여성연합 호주제폐지 홈페이지(no-hoju.women21.or.kr)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 '딸사랑 아버지 모임' 발족 기자회견
   ·일시 및 장소 : 2001년 5월 8일(화) 12시∼2시 / 명동 한빛은행 앞

▲ '딸사랑 아버지 모임' 회원 접수
   ·오프라인 - 일시 및 장소 : 2001년 5월 8일(화) 12시∼2시 / 명동 한빛은행 앞
   ·온라인 - 한국여성단체연합 호주제폐지운동본부 홈페이지

2002.01.10 ⓒ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