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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뉴스

"호주제 하루빨리 폐지해 생계·육아·가사의 짐 남녀 나란히 나눠져야"

 
  

 
"호주제 하루빨리 폐지해 생계·육아·가사의 짐 남녀 나란히 나눠져야"
발행일 : 2004-07-08 등록일 : 2004-07-09
[세계일보 2004-07-08 13:45]


내일신문 이옥경(60) 신임 편집국장. 중앙 종합일간지에서 여성이 편집국장을 맡은 것은 처음인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운동을 한 데 이어 내일신문 편집위원 겸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의 대표를 맡아왔다.

여성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버틸 수 있었던 노하우를 묻자 그는 “남성들하고 동료로 일해보지 않아서 갈등이나 경쟁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답한다.

여대(이대)를 나와 여성 운동을 하다 여성주간지 미즈엔 대표까지…. 모두 여성들하고만 일해온 케이스라서 특별한 기억이 없다는 것. “일간지 대표인 지금도 남성들이 모두 부하직원이고 게다가 나이가 10살 차이가 나니 어디 상대가 되겠어요. 동방예의지국에서 말이죠.”(웃음)

그는 그러나 “여성은 여성이란 이유로 무시를 못하게 자기 일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남성도 여자한테 좋으면 남자한테도 좋다는 생각으로 육아, 가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희롱도 마찬가지지요. 남성이 여성을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일어나겠어요?” 그는 특히 호주제 폐지를 남성이 짐을 덜어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자한테도 사회적 책임을 많이 지우고, 남성은 부담을 덜게 해야 해요. 대신 가정을 돌보는 것은 남성도 적극적으로 해야죠.”

그는 또 남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의 짐을 나눠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도 변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육 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된 만큼 종전보다 잘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편이 돼야죠.”

그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고 조영래씨와의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그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들 둘을 키웠다. 첫째는 시부모님, 둘째는 가정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이제 다 성장한 아들들이 설거지를 쌓아놓을 때는 “너 그런 식으로 하면 결혼할 여자 없을 줄 알라”고 따끔하게 혼을 내곤 한다.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이 친동생인지라 “정치를 할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정작 그는 “둘 다 학생운동을 해서 정치 성향적이지만, 저까지 정치에 끼어들 이유는 없지 않나요. 한 집에 둘씩이나요”라고 손사래를 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인생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마흔 넘어서 알았다”며 “자신이 짜 놓은 계획은 의미가 없더라”고 답한다. 다만 여태껏 여성운동을 해온 만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그만큼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며 살았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우선 제가 맡은 일에 좋은 성과를 내야겠죠. 개인적으론 아들이 결혼해 빨리 손자를 보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민진기기자/jk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