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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뉴스

"나눔은 실천...묘비엔 '웃기고 자빠졌네' 바래"

 
  

 
"나눔은 실천...묘비엔 '웃기고 자빠졌네' 바래"
발행일 : 2004-07-16 등록일 : 2004-07-16
[현장] '아름다운 가게' 특강 나선 코미디언 김미화씨[호주제폐지운동본부 홍보대사]

▲ 15일 '나눔과 참여가 아름다운 이유'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선 코미디언 김미화씨. 김씨는 연예계 최고 '맘짱'으로 통한다.  ⓒ200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코미디언 김미화(40)씨.

그는 방송연예계 최고의 '맘짱'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씨는 본업인 방송활동 외에 여성재단, 한국여성단체연합, 유니세프,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환경운동연합 등 50여개의 시민사회·복지 단체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휴식처인 '나눔의 집', 고아원·양로원 등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상처받은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으로서 바쁜 가운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김씨가 15일 오후 2시 아름다운 가게에서 마련한 '나눔과 참여가 아름다운 이유'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아름다운 가게 본부 3층 강당에서 40여명의 자원활동가들과 시민들 앞에서 나선 그는 나눔의 계기와 마음가짐, 꿈 등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강연했다.

참석자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김씨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따로 원고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밝힌 김씨는 프로답게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였다.  
▲ 강연이 끝난 뒤 참가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김미화씨. ⓒ200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욕심 때문에 무언가 나눈다는 것 쉽지 않았다"

약속된 시간에 강당에 들어선 김씨는 유달리 밝은 화장이 돋보였다. 참가자들의 눈을 의식한 듯 그는 "내가 오늘 이렇게 예쁜 이유는 오전 TV 녹화 때문에 화장으로 수술했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던졌고 순간 좌중은 웃음바다를 이뤘다.

이렇게 말문을 연 그는 곧바로 '나누는 삶'에 대해 고백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잘 나누면서 살지 못한다. 단지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면서 살고 싶을 뿐이다. 사실 '욕심' 때문에 내 식구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심지어 시어머니께 10만원 용돈을 드리면서도 애들을 위해 조금 더 쓰고 싶다고 생각해 2만원을 빼고 드린 뒤 이 돈으로 애들 과자를 사준 적도 있다. 하물며 남에게 기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까울 것이다. 코미디언으로 성공한 뒤 누구인가를 도울 때도 기자들 앞에서 생색내기 식으로 주목받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김씨가 처음부터 누군가를 쉽게 도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인으로서 남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해왔지만 꼭 확인받고 싶었고 주목받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한 경험으로 생각을 바꾸게 됐다.

"한 아이의 이야기를 TV를 통해 봤다. 아버지가 폐병을 앓고 있고 치료비가 없어 아이는 다른 집에 맡겨진 상태였다. 그 아이를 위해 통장으로 돈을 어느 정도 보내줬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이전까지 받으면 고맙다는 연락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연락이 없는 아이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먼저 전화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어렵게 말하더라. 그 때 바로 후회했다. 무슨 대가나 생색내는 것이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운가게 '나눔 열두마당'이란?  


김미화씨의 강연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준비한 나눔 열두마당의 다섯 번째 순서. 이 행사는 나눔의 정신을 자원활동가와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3월부터 매월 3째주 목요일에 열리는 강연에서는 박원순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를 시작으로 윤구병 변산공동체대표(아동문학가), 고도원 전 대통령 비서실 연설담당 비서관,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특강을 했다. 오는 9월에는 '밥퍼'의 주인공 최일도 목사가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폐병 아버지, 잘해드리지 못해 후회"

이렇게 대가없는 나눔을 알게 됐다는 김씨가 직접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된 계기는 바로 아버지 때문이라고 한다.

"어릴 때 굉장히 가난했는데 아버지가 폐병으로 고생하셨는데도 7,8살이었던 나는 병간호하기가 싫어 도망다녔다. 심지어 목 말라하셨던 아버지의 입에 물수건을 올려놓고 수건의 한쪽 끝을 주전자에 담가 수건이 젖어있게 한 채 놀러가기도 했다. 옆에 앉아 한 숟가락씩 떠드리기 싫어서였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당시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단다. 이후 시간이 허락하면 단체든 재단이든 자신을 찾아주는 곳에서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떤 단체에서든 와달라고 하면 우선 참가한다. 그 단체가 계속해서 순수함을 잃지 않고 간다면 나와의 관계도 계속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중간에 변질한다면 관계 역시 끝나는 것"이라고 자신의 나눔의 방식을 설명했다. 김씨는 하루에도 도와달라는 전화를 20~30여 통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씨는 참가자들에게 '나눔은 실천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난 주말 '나눔의 집'에 다녀왔다.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했으면 한다. 엄마가 먼저 솔선 수범한다면 아이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생각하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모든 순서가 끝난 뒤 아름다운 가게 활동가들과 사진을 찍은 김미화씨.  ⓒ200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은퇴 뒤에도 지속적으로 나누는 삶 살고 싶다"

이어 그는 은퇴 뒤 소망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노량진 수산시장 '노란우비 소녀 할머니'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평생 시장에서 모은 돈 10억을 대학에 기부했던 할머니다.

"한번 기부의 맛을 본 할머니는 젓갈을 팔아 모은 돈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 그런 할머니를 직접 알게 됐는데 그렇게 자신감에 넘치실 수 없었다. 할머니를 보면서 욕심 없이 나누는 삶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게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면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김씨는 구체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4년 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지금 고아원이나 사회봉사 단체 사회를 가면 다 좋아해 주신다. 하지만 은퇴 뒤에도 그럴까? 아닐 것이다. 돈 욕심을 비우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경험과 공부를 통해 체화 된 것이 있다. 나눔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아니라는 것이다. 너 이렇게 하면 내가 베풀어줄게라는 식은 아닌 것 같다."

"죽은 뒤 묘비에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새겼으면"

이밖에 김씨는 코미디언으로서의 '행복'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밝혔다. 김씨는 "아마 내 전생은 찰리 채플린 같은 코미디언이었을 것이다. 코미디언으로서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여러분은 자기 위치에서 만족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내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나는 남을 웃기는 게 너무 좋다. 내가 죽은 뒤 묘비에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쓰였으면 좋겠다"며 "경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무대에서 사람들을 웃기다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을 권유했다. 김씨는 이라크파병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펼쳤고 2년 전 효순이 미선이의 사망 때도 역시 자신의 아픈 마음을 표현한 바 있다.

"내가 개인 의사를 밝히니까 안티세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치를 하기 위한 꿍꿍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대중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왜 일부러 반대세력을 만들겠는가. 호주제도 마찬가지다. 유림 할아버지가 많은 성균관대에서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을 여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가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다. 여러분도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능동적으로 나서서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04/07/15 오후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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