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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다시, 호주제 폐지는 정당하다

 
  

 
[기사문] [호주제]다시, 호주제 폐지는 정당하다
발행일 : 2003-09-01 등록일 : 2003-09-02

말 많고 탈 많은 호주제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잊혀질까 하면 다시 쟁점으로떠올라 우리 사회를 긴장과 혼란으로 내몰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한쪽에서는전근대적인 제도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정 붕괴와 사회 혼란을이유로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가.

그동안 여성단체와 함께 시민단체, 진보 인사들이호주제의 불합리함을 꾸준하게 주장해 왔지만, 오랫동안 굳어진 이념은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폐지론자들은 전통과 가족을 중요시하는 유림 쪽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고있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발언 자제와 회피로 일관하고있다.

‘부계 위주의 호주제’는 분명 억압의 기제로 남녀 차별을 부르며, 그로 인해남아선호 사상을 사회 곳곳에 심어주어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가족을 이루게 됐을 때, 여자는 당연하게 남자 호적에 입적하게 되지만, 남녀가동등한 처지가 아닌 집안(家)의 한 일원으로 남자의 호주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호주제의 무의식적 불평등의 저변에는 가족을 형성하는 데 남자의 구실과기여도가 크게 작용한다는 전통적인 통념이 깔려 있다.

호주제 폐지를 역설하는 이유는 호주제가 ‘동등한 개인’의 만남을 가로막고있기 때문이다.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이른바 가문의 뿌리라는 족보인데, 그족보에는 오직 남자만이 기록된다.

하지만 족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의전통과 혈통을 중요시한 것은 오직 권력을 가진 기득권 층이었으며, 이들은 자신의가문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족보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족보인 안동 권씨의 ‘성화보’는남계 자손뿐만이 아니라 여계 자손들까지도 기록되어 있으며, 배열에서도 남녀구분 없이 나이 차례에 따르고 있다.

원래 순수한 의미의 족보는 ‘가족의지도’를 나타내는 데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계 중심으로 바뀌기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여성은 소외되었다.

족보의 원래 의미는 자신의 혈통을기록해 놓은 것일 뿐 남계 우위를 나타내는 게 아니었다.

그러므로 가족의 혈통과전통을 빌미 삼아 호주제 폐지를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다.

호주제가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의 결혼은 이미 불평등과 차별을 자연스럽게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재혼 가정에서 모계의 자녀는 새아버지와 다른 성을 써야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사회적 홀대를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통하지 않는 문제다.

그리고 미풍양속훼손이니 가정의 파괴니 하는 단정적인 발언은 시대에 맞지 않으며 비논리적이다.

여성은 분명 남자의 소유물이 아닌 한 주체적 개인이며 인간임을 직시해야 한다.

호주제는 남녀 차별을 조장하는 ‘구시대 유물’이므로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대희/경기 남양주시청 공익근무 요원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