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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이영훈 교수 "호주제는 우리 전통 아니다"

 
  

 
[기사문] 이영훈 교수 "호주제는 우리 전통 아니다"
발행일 : 2004-12-07 등록일 : 2004-12-07
[업코리아 2004-12-07 10:08]  


'우리나라 전통사회에 호주제는 존재했는가'란 글에서 이같이 밝혀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우리 전통사회에 호주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 관심을 끌고 있다.

이영훈 교수는 일제시대 군대위안부 문제와 일제수탈론에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 호주제는 우리 전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영훈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포한 '우리나라 전통사회에 호주제는 존재했는가'란 제목의 글에서 "호주제는 계층적으로 지역적으로 보급이 제한된 민간관습의 수준이었지 법으로 제도화된 체계화된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또한 호주제는 겨우 2~3세기 전에 생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밝혀 호주제가 우리 전통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우선 호주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생활의 기초단위로서 가족/호의 범위와 형태에 관한 법적 내지 관습적 규정이 확립되어 있을 것 △가족을 그 속에 포괄하고 있는 보다 원초적인 친족집단이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부계/남계 원리에 의해 구성되어야 할 것 △가족을 세대간에 재생산하는 물적 기반으로서 재산의 상속이 주로 적장자를 피상속인으로 하는 단속상속의 방속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 이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초로 가족제가 법적으로 정비된 것은 조선 전기였지만 이를 근거로 오늘날과 같은 호주제의 성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면서 "우선 가족을 사회적으로 재생산하는 토대인 친족제가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양변적, 쌍계적이었고 상속 역시 철저한 문서주의에 입각한 남녀균분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17세기 후반부터 전통사회의 가족제와 친족제에 중대한 변환이 개시됐다"면서 "불과 2~3세기 이전의 근세에 이르러 가족과 같은 사회의 기초 단위에서 이같은 인류학적 전환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 역사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우리가 전통문화라 인식하고 있는 것이 불과 2~3세기 전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일제시대에 이르러 호주제가 도입됐을 때 우리 사회가 큰 반발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이미 19세기의 우리나라에 그와 유사한 문명사의 진전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지만 호주제를 예비한 가부장적 가족문화는 어디까지나 민간에서 자생한 관행과 관습의 수준이었고 조선왕조의 마지막 법전인 대전회통에 이르기까지 호주제에 관한 법제는 명시적으로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