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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이영훈 교수 "전통사회에 호주제 없었다"

 
  

 
[기사문] 이영훈 교수 "전통사회에 호주제 없었다"
발행일 : 2004-12-07 등록일 : 2004-12-07
[연합뉴스 2004-12-07 10:43]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한국고문서학회 회장인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7일 `우리나라 전통사회에 호주제는 존재했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호주라는 말은 전통사회 법전에서도, 민간 생활용어에서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고려왕조 마지막 해인 1391년, 후일 조선왕조의 태종이 되는 이방원에 의해 호적제도의 개혁이 시도됐다"며 "당시 호의 대표를 가리켜 호주라 했는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호주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말은 같지만 그 뜻은 달랐다"면서 "고려왕조 시대 가족은 친족집단에서 명확히 분리된 사회적 실체가 아니었을 뿐더러 사유재산으로 성립한 동산에 한해 분할상속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인류학적 배경의 전통사회에다 호주제를 적용함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호주' 또는 `호수'(戶首)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왕조에 대한 일반 백성의 농노제적 지위와 부담을 대변할 뿐이었다는 것.

이 교수는 "18세기 이후 부계와 종법 원리에 기초한 가족제와 친족제 발달은 호주제 성립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케 하지만 어디까지나 계층적, 지역적으로 보급이 제한된 민간관습 수준이었지 법으로 제도화한 체계적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통사회에서 호주제가 존재했다는 주장에 찬성하기 힘들다"며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과 같은 우리나라 가족제와 친족제가 아득한 과거에 성립했다는 대중적 근거가 엄밀하지 않은 집단기억에 기초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의뢰로 작성된 이 논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에게 배포됐다.

jsk@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