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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 폐지 ‘여성들 한 뜻’

 
  

 
[기사문] 호주제 폐지 ‘여성들 한 뜻’
발행일 : 2003-10-10 등록일 : 2003-10-15
[미디어오늘]



지난 3일 개천절. 정오가 되자 분홍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거나 고무장갑을 낀 사람도 보였다. 대부분 20~60대의 여성들과 아이들이었다.


월드컵 응원전을 연상시켰지만 구호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호주~제 폐지~ 양~성 평등!”이었다.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대한민국 여성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대한민국 여성축제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생소한 행사다. 여성차별과 소외의 심각성을 공감한 사회 각계의 여성인사들이 축제추진위원단을 구성하고 준비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대표 고은광순 씨와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 페미니스트 저널 if 발행인 박옥희 씨,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 유채지나 씨,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상임이사 김혜련 씨, 한의사 이유명호 씨,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혜경 씨 등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국민참여통합신당 여성추진위, 참언론을 지지하는 모임, 공무원노조, 인권운동사랑방 등 정치 사회 문화단체 40여 곳이 힘을 보탰다.

개천절에 행사를 기획한 것은 지금까지 남성중심의 반쪽 하늘에서 벗어나 후천 하늘을 열겠다는 의미. 분홍색을 선정한 이유는 “여성성의 상징으로 치부되었던 색을 인정하고 편견을 딛고 일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축제는 총 3부로 나뉘어 5시간 동안 진행됐다. 1부에서는 양성을 뜻하는 한 쌍의 동물들이 그려진 화투에 ‘호주제 폐지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구호를 담은 카드섹션과 낙태 당한 여아들을 위한 살풀이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2부에서는 성 차별적 교육하지 말기(10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선언(20대), 양성 평등한 가족관계 만들기(30대), 노인의 육아부담 고충 풀어주기(60대) 등 세대별 여성들을 위한 ‘대한민국 여성헌장’이 선포됐다. 마지막 3부에서는 1분 코믹 발언대와 여성타악그룹 ‘리타’, 페미니스트 가수 안혜경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 중에서 1분 발언대는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코너. if 편집장 박옥희 씨는 “호주제 하에서 울지도 않고 희생도 않겠다”고 선언했고, 명지대 권인숙 교수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최소한의 논리가 있는 것인지 어린이들과 토의를 시켜보자”고 제의했다.

한의사 이유명호 씨는 “만삭이 다되었는데 호주제 폐지 전까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며 “국민을 낳아주지 말자”는 이색주장을 펴기도 했다.축제추진위는 이와 함께 호주제 반대의원 8명, 찬성의원 67명, 유보 198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각성을 촉구했다. 고은광순 씨는 “총선을 생각해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유보의원들이 더 얄밉다”고 꼬집은 뒤 “합법적인 범위에서 국회의원 낙선운동을 전개해 여성 유권자들의 힘을 보여 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에는 공식행사 외에도 금연침 무료시술행사(대한여한의사회)와 유관순·명성황후 등이 그려진 모조지폐 나눠주기(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 종합일간지 왜곡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참언론을 지지하는 모임)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함께 열렸다. 축제추진위는 호주제가 폐지된 후에도 여성들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매년 올해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상만 기자 hermes@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