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여성단체에 '총각 3인방' 뛴다 | ||
발행일 : 2003-10-13 | 등록일 : 2003-10-14 | |
[중앙일보 이지영 기자] 1년여 전만 해도 '금남(禁男)의 집'이었던 서울 장충동 여성평화의 집에 남성 활동가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 7개 여성단체가 모여있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남성 상근자는 유재언(30.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정보화사업담당).임정수(28.한국보육교사회 조직간사).김수길(27.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정보간사)씨 등 미혼 3명. 각 단체에서 '청일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아직 경력 3개월~1년의 새내기 활동가지만 "남녀가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여성운동의 한 목표인 만큼 단체 안에서 남성의 목소리도 중요하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무역학을 전공한 유씨는 대학 3학년 때 호주제 문제를 다룬 시집 '어느 안티 미스코리아의 반란'을 접한 것이 인연이 돼 여성운동에 발을 들였다. 개인의 존엄성이 인정받는 양성 평등 사회로 가기 위해 '호주제 폐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유씨의 소신이다. 아동보육학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다 지난 7월부터 보육교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임씨는 자신이 경험한 열악한 보육교사의 근무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직업을 바꾼 경우다. 임씨는 "여성이 대부분인 보육교사들은 하루 10~12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월 7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고 있다"며 "행복한 교사가 돌봐야 아이들도 행복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3월부터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에서 웹 관리와 온라인 평화운동 등을 맡고 있는 김씨는 "여성주의와 평화주의는 연결된다"는 생각이다. 남성 우월적 틀에서 벗어나 양성 평등적인 관점을 가져야 보편적인 인권과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性)을 떠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로 진단하고 정부가 채우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는 것이 NGO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성의 이익과 남성의 이익을 편협한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쪽을 억압하고 착취하면서 다른 한쪽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근자만도 50여명에 달하는 여성평화의 집에서 극소수 남성으로 생활하는 이들은 그만큼 인기도 많지만 남 모를 불편도 있다. 특히 남녀 구별이 안 된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결국 화장실 사용 후 양변기 커버를 꼭 내려놓으라는 지적을 받았지요. 하지만 20년 넘은 습관 바꾸기가 쉽겠습니까." 김씨가 슬쩍 '소수자'의 불만을 내비쳤다. 이지영 기자 < jylee@joongang.co.kr > “개개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남녀가 따로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소신이다. [장문기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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