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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미혼모 대신 非혼모로 부르세요"

 
  

 
[기사문] "미혼모 대신 非혼모로 부르세요"
발행일 : 2003-10-07 등록일 : 2003-10-08
[문화일보 ]

■아홉살된 아이를 힘겹게 키우고 있는 김수경(가명·35)씨는 아 이 호적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는 혼인신고 전에 파경 을 맞아 홀로 아이를 낳아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켰다. 그러나 아 이 아빠는 경제적 도움을 전혀 주지 않을 정도로 김씨와 아이에 무심하면서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자기 호적 으로 옮겨버렸다. 김씨는 다시 호적을 되찾아올 길이 없어 막막 할 뿐이다.
8년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소영(가명·28)씨는 최근 건강 악화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생활비와 양육비 걱정이 태산이 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 초 바람이 나 집을 나 가버린 남편은 직업군인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지만 도움을 요청 해도 법적으로 소송을 하든지 마음대로 하라며 무시하고 있다.

미혼모를 차별하고, 그 자녀의 양육에 대해 무책임한 현행 법과 제도 때문에 고통받는 미혼모 가정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현행 민법과 호주제에 따르면 미혼모 자녀가 모의 호적에 오를 경우 호적부 부모란에 아버지 성명을 기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반면 자녀의 생부는 미혼모나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자신의 호적에 자녀를 올릴 수 있고 성도 바꿀 수 있도록 돼 있 다. 또 부양의무자가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강제집행 할 길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당수 미혼모 가정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미혼모를 차별하는 현행 법규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미혼모 권리찾기 운동의 첫걸음은 결혼도 못하고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라는 부정적 인 어감의 ‘미혼모’ 명칭을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대신 기·미혼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결혼제도와 무관한 삶의 방 식을 지향하고, 경우에 따라선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자발적 으로 출산을 선택한 여성들까지 포괄해 지칭하는 ‘비혼모’라는 새 이름을 앞세우기로 했다.

9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주최로 열리는 심포지엄 ‘비혼모에게 인권은 있는가:비혼모 가정의 법적 권리와 복리’는 비혼모 가정 의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법 개정을 촉구하는 자리다.

김상용 부산대 법대 교수는 미리 공개한 ‘비혼모 가정에 대한 지원 방안’ 논문을 통해 “부계 혈통만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호 주제를 폐지하고 자력있는 부양의무자가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 지 않는 경우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호 주제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비혼모의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한 위 헌 소송을 무료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02-780-568 8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