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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우리의 딸과 누이들이 당당히 살아갈수 있게”

 
  

 
[기사문] [호주제]“우리의 딸과 누이들이 당당히 살아갈수 있게”
발행일 : 2003-07-27 등록일 : 2003-07-29
[한겨레]2003년 07월 27일 (일) 23:30

‘호주제 폐지 일만인 남성선언’ 최미호·손준호씨 “호주제가 폐지될 경우 남성들이 무언가 잃게 될 거란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남성들의 소중한 딸과 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 되니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 ” 지난 22일 빗방울이 떨어지는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호주제 폐지 일만인남성선언’에 참석한 최미호(39·사진 왼쪽)씨와 손준호(22)씨는 이날 행사를주최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여성들보다 더 단호해 보였다.

호주제폐지를 담은개정법률안의 국회통과를 외치는 목소리도 누구보다 힘찼다.

최씨와 손씨는 이날 집회에 각각 30대, 20대 남성 대표로 참가했다.

여성단체연합 호주제폐지운동본부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일만인 남성선언’에는20대가 3천65명, 30대가 3천148명으로 가장 많았다.

40~60대의 장·노년층도1,798명이나 동참했다.

기업·단체등의 인터넷 시스템 유지·보수업체를 운영해온 ‘평범한 남성’최씨가 호주제 폐지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약 2년전부터다.

최씨는 여성단체들의인터넷 시스템 보수작업을 맡아하면서 이 단체들이 얘기하는 ‘남녀차별의문제점’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다섯살 어린딸이 훗날 자라 우리사회·가정의가부장적 분위기와 호주제로 인해 받을 고통을 생각하고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학때 돌맹이 한번 던져본적 없는’ 최씨는 지난 2001년 6월‘딸사랑아버지모임’이 발족할때 발기인으로 참여해 본격적으로 호주제폐지운동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가족이란 그 구성원들이 강한 유대감을 통해 결합된 우리 사회의 세포입니다.

호주제는 이런 유대관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껍데기(제도)일뿐이죠.

호주제아래의 가족에서는 극단적 남녀차별 탓에 이런 유대감이 깨져가고 있고, 이 때문에가족해체와 같은 사회문제가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 문제 많은 호주제를폐지하고, 남녀가 평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만나 대화하고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게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생각이다.

“한 집안의 가장이 반드시 남성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입니다.

가장, 즉집안의 대표 혹은 리더는 그 역할을 할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죠.

오히려 능력없는 남성이 가장이 될때 그 가정은 불행해지지 않겠습니까” 대학 2년생인 손씨에게도 호주제는 ‘구시대적 유물’에 불과하다.

“호주제폐지반대운동을 벌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제도가 흔들리고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주장이죠.

하지만 흔들리는 것은 가족제도가 아니라,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그분들의 ‘낡은 생각’일 뿐입니다.” 교내 총여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씨는, 가족 구성원들을 권위적 관계로엮어내는 호주제가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가부장제를 고착시킴으로써 사회내에서이런 관계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아선호, 낙태, 직장내성차별, 이혼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결국 호주제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손씨는 경찰관인 아버지가 아직 아들이 이런 운동에 참여하는 사실을 모르고계시지만 언젠가는 이해해주실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주위의 친구들도 대부분호주제에 대한 손씨의 생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씨와 손씨는 국회앞에서 벌어진 이날 집회에서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국회통과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가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의원들이 눈치보지말고 소신을 펴길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호주제폐지에 대한 남성들의 이해와 더 많은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