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불합리한 가족관 비판하는 세 드라마 - 관습에 맞서 아이 지키는 미혼모... | ||
발행일 : 2003-07-30 | 등록일 : 2003-08-11 | |
[경향신문] 2003-07-30 (문화) 36면 45판 1356자 최근 브라운관에는 아이를 지키려는 미혼모와 그 아이를 데려가려는 옛 애인과 부모 사이의 갈등을 다룬 내용이 적잖게 등장하고 있다. MBC 아침극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사진 가운데), KBS 일일극 '노란 손수건'(위), SBS 아침극 '당신 곁으로'(아래) 등 세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이같은 소재는 과도기에 놓인 가족관과 변화된 여성의 의식을 읽게 한다. 세 드라마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양자의 시선은 대조적인 가족관을 대변한다. 남자쪽 가족은 아이를 '핏줄'을 이을 자식으로 여긴다. 당연히 아버지 밑에서 자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혈통 및 가부장 중심의 가족관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여기에 자기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가족이기주의까지 덧붙어 이들은 아이를 빼앗아 오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현대판 씨받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여주인공에게 아이는 누구의 혈통도 아닌 '내가 낳은 혈육'이다. 세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여자는 결별한 연인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기 위해 아이를 낳고 양육했다. 여자는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어 아이와 온전한 행복을 누린다. 아버지는 없지만 그늘 역시 없는 모계가족을 보여준다. 여성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를 친부에게 맡겼던 예전 작품들과 대조적이다. '부-모-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이 온전한 형태라는 기존의 가치관을 뒤집고 '미혼모'라는 주홍글씨를 또다른 가족형태의 가장(家長)으로 당당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법은 미혼모에게 아직도 멀기만 하다. 사회의 변화나 여성의 의식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부계 중심'의 호주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주인공들은 친부측이 아이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여자는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양육권 청구소송 끝에 아이를 빼앗겼다. '노란 손수건'에선 자신의 혈육이라는 '인지신고'를 하고 호적에 올리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당신 곁으로'에서는 잃었다가 수년 만에 되찾은 아이를 옛 남자가 친권을 주장하면서 다시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할지라도 법적인 권리를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같은 '양육권 박탈'은 아무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력을 갖췄다고 해도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는 여성이 여전히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함을 보여준다. 이들 드라마는 앞으로 여주인공이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에 무게를 실으며 현재의 가족법을 우회적으로 비판할 예정이다. 늦어도 올해 말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호주제 폐지' 여부에 이들 드라마가 어떤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민영 기자 myc@kyunghyang.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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