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가족문제` 이젠 국가적 틀 안에서 고민해야 | ||
발행일 : 2003-11-04 | 등록일 : 2003-11-05 | |
[문화일보] (::호주제 폐지 논란… '가족'을 생각한다::) 호주제 폐지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처리를 남겨두고 있다. 여론의 흐름으로 볼때 국회가 이 법안처리를 모른 척하기는 어려 워 보인다. 이미 우리의 가족제도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시작했고 , 이를 가장 위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 계 2위의 이혼율이다. 서구의 출산율과 이혼율을 단박에 따라잡으며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지만, 다른 쪽에선 여전히 가족 동반자살(아이 처지에 선 살해)이 이어지고 ‘기러기 아빠’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 는 이율배반적인 우리의 가족…. 가족문제는 우리 공동체의 ‘지 속가능’여부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실증적으로 가족문제를 파고든 함인희 교수와 남성적 학 문인 정치학자로서 가족문제를 풀어헤친 ‘남자의 탄생’(2003· 5, 푸른숲)의 저자 전인권 교수가 대담을 가졌다. (10월30일·문 화일보 소회의실) 함인희(이하 함)〓한국 가족이 변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파 편적으로 나타납니다. 호주제 폐지 이전부터 급증하는 이혼과 재 혼, 젊은이의 동거문화, 출산율 저하, 기러기 엄마·아빠, 최근 엔 스와핑까지, 도대체 가족이 어디로 가는지, 놀라운 지각변동 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인권(이하 전)〓변화가 한편에선 ‘포스트 모던’하게 진행되 는가 하면, ‘기러기 아빠’가 말해주듯 전통가치를 수호하는 측 면이 혼재합니다. 사회적으로 섬세한 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입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이란 건, 늦어도 15년 후에는 젊 은 외국인을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회적 생산에 문 제를 가져온다는 걸 의미합니다. 함〓가족의 변화는 혼재와 함께 농축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한 세대 전 인구학자들은 우리의 인구억제정책이 남아선호 때문에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출산율이 떨어지며 성비(性比)도 깨지는 왜곡된 상황이 나타납니다. 서구에선 수백년동안 진행된 양태가 한국에선 30년만에 모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 기네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서도 가족의 이상은 포기하지 않습니 다. 전〓이상과 현실의 괴리지요. 괴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힘들고 불 만도 쌓여있다는 걸 얘기하겠지요. 함〓그걸 우리 나름으로 분리시켜 받아들인다고 봐야죠. 우리 구 성원의 다양한 이중의식이 그걸 보여줍니다. 시어머니면서 친정 어머니지만 그것이 통합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분열적 역할들을 다 해야 오히려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전〓그동안 가족문제를 주로 여성부나 보건복지부 수준에서 다뤄 왔지만, 이젠 대통령이 국가적 어젠다로 직접 챙겨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함〓‘남자의 탄생’에선 가족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정치를 이해 하는 단서를 봤다고 했는데, 재미있는 접근이었습니다. 전〓한국 남성들은 이중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인 데, 그것이 권위주의 문화의 특징이거든요. 민족·국가·가문 등 거부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저항하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는 아래로 이전되지요. 이것이 우리 문화나 의식, 학교 등에선 관변 화(官邊化)란 특질을 보이는데, 이처럼 자발성에서 출발하지 않 고 외부의 권위에 밀려서 하게 되면 이중성을 갖고 그 희생자는 여 성이 되죠. 이같은 권위주의를 전복하려는 시도들이 일각에서 시 작됐다고 볼 수 있고, 그걸 어떻게 지원하고 발전시키느냐가 관 건인 듯합니다. 함〓그런 희망을 가져보고 싶지만, 우리 사회에선 권위주의에 대 한 거부조차 권위주의적으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학교 안에서도 기성 권위에는 강력히 저항하지만 자기들 안에서는 여전히 권위 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기성문화를 백안시하는 태도 또한 권위주의 문화의 특징입니 다. 젊은이들 안에 들어가보면, 어른들의 권위주의 방식을 모방 할 뿐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함〓왜 그럴까? 나를 중심으로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된 탓인 것 같아요. 특히 남자들은 둘 이상만 모이면 인생과 삶 에 대한 고민이 안나오는 것 같아요. 내 삶에 고민이 많지만 얘 기할 줄 모르고, 정치·스포츠 얘기에만 몰두하죠. 전〓남자들은 어머니가 만드는데, 두번째는 남자들 틈에서 만들 어지죠. 남자들은 모이면 암묵적으로 서열을 정하는데, 자기 서 열을 높이기 위해 뻐기는 얘기를 하다보니 거창한 정치, 전쟁 그 리고 군대 얘기를 하게 되는 겁니다. 함〓여자들은 위계서열의식은 약하죠.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이나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이를 공유하고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서양 애들은 자기 이름부터 시 작해서 자기의 일 등 개인적으로 나가지만, 한국 사람은 누구의 딸이고, 고향이 어디고 등 관계성과 집단성을 띠는데 그 핵심은 역시 가족이죠. 서양은 개인과 사회가 분리되는데 우리는 그런게 없이 가족을 조직하는 원리가 계속 확대되어 국가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그래서 국가(國家)가 아니라 가국(家國)이라고도 하더군요. 대통령도 능력보다는 덕이 있는지 어떤지 등 전체적인 인격을 보 고 뽑지요. 가족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가 확산된 것이죠. 한 국정치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은데, 그 원인이 가족관계에 있고 가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치학 자로서 가족문화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함〓그 점에서 서구는 시스템적이라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권 위주의에는 온정적 요소가 있잖아요. 전〓전체 공동체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권위주의의 터부를 깨뜨리지 않을 순 없죠. 중요한 것은 권위주의 문화를 무너뜨리는데, 남성들이 여성들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요. 저도 ‘남자의 탄생’을 쓰기 전까지는 여성의 화법과 감성, 수평적 관계 등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남성은 수직적이죠. 남성들이 여성의 수평적이고 횡적인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한편 우리 가정은 여성성이 과잉지배하는 영역 이에요. 옛날엔 사랑방이라는 남성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방 , 거실, 주방 등 여자가 지배하는 영역뿐이고 남자의 방은 없죠. 가장들이 퇴근 후에 밖으로 도는데, 여자들이 가정의 평화를 ? 幣玖?가정에서의 여성과잉 문제를 해결해줘야 합니다. 함〓우리 여성들은 집에선 파워가 있고 상대적으로 교육수준도 높지만 사회에 나가면 맥을 못추지요. 집에서의 권력에 안주하려 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에 남자들은 안에서는 기를 못 펴는데, 밖에서까지 여자가 힘쓰는 꼴은 못 봐주죠. 우리 남성의 저변엔 여자에 대한 이중의식이 있어요. 어머니한테 엄청나게 의지하면 서 그녀의 파워에 대해선 분노와 두려움이 있어요. 전〓한국 남자는 한 여인으로부터 세 요소를 요구합니다. 어머니 와 부인(애인) 그리고 술집여자가 그것 같아요. 어머니는 모든 걸 다 들어주는 존재죠. 남자들은 부인에게 어머니를 기대하는데 그게 잘 충족되지 않잖아요. 그걸 충족시켜주는게 술집여자 아 닐까요? 따라서 사회에서 일로써 만나는 여성에게도 동료의식을 갖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함〓그것은 남성이 미성숙하다는 표현이죠. 그에 비해 여성은 우 리 문화에서 나름대로 생존하려니까 과잉성숙한 측면도 있어요. 어머니란 존재가 특히 그렇죠. 전〓남자가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남편과 부인의 역할을 재 배치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아요. 국가도 출산율 저하 등 공동체 위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가족을 더 이상 사적 영역으 로 내버려둬선 안 될 것 같습니다. 함〓가족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양육과 부양이란 측면에서 서구는 국가의 복지기능을 강화하고 공보육과 노인복지프로그램 등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성부와 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산발 적이에요. 총체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가족공동체는 물론 일하 는 조직(직장)도 혁명적 변화가 필요해요. 전〓자녀를 잘 기른다는 게 과외시키고 유학보내는게 아니라, 집 에서 부부가 행복하고 친밀한 걸 보여주는 거예요. 아이들이 커 서 아빠 엄마같은 사람과 결혼해야지 하고 느낄 때 따로 가르치 지 않아도 훌륭한 어른으로 클 수 있겠죠. 함〓부부의 역할 모델이 없는것도 문제죠. 또 우리 사회에 가족 에 대한 정답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혼가정도 건강하게 살아간다 는 그런 가족의 모델들이 다양해질 때 가족문제도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요? 정리〓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kr ▨함인희 교수는 수백명의 사람을 직접 만나는 등 그의 연구방식은 실증적이다. 일정하게 메타담론에 치우친 우리 사회학계에서 그의 존재는 빛 을 발한다. 그는 페미니즘의 논법을 모두에게 수용하라고 강요하 는 태도에도 거부감을 갖는다. 그런 면에서 그의 가족연구는 최 근의 여성주의 과잉에서 벗어나 독창성을 띠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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