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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성 다른 두딸 놀림감 될까봐” 이중호적 만든 어머니 울먹

 
  

 
[기사문] “성 다른 두딸 놀림감 될까봐” 이중호적 만든 어머니 울먹
발행일 : 2003-10-21 등록일 : 2003-10-22
[한겨레]

재혼한 남편 성 주려 이중으로 출생신고 “호주제 희생양”처벌고심

30대 여성 공무원이 사별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에게 재혼한 남편과 같은 성을 주려 이중호적을 만들었다가 적발됐으나, 검찰이 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 ㅂ(37·여)씨는 1995년 1월 동료 공무원 ㅇ씨와 결혼해 96년과 97년 지희와 지혜(가명)를 낳았다.

그러나 남편 ㅇ씨는 98년 1월 심장마비로 숨졌고, ㅂ씨는 2000년 12월 ㄱ(36·회사원)씨와 재혼했다.

이때부터 ㅂ씨는 두 딸의 성을 고민했고, 급기야 2001년 6월, 서울 성북구청에 새 남편 ㄱ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것처럼 두 딸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96년과 97년생인 두 딸을 각각 두살씩 낮춰 98년생과 99년생으로 신고했고, 이름도 바꿨다.

이런 일은 출생신고 기한을 넘긴 데 따른 과태료만 물고 가능했다.

그 뒤 ㅂ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동사무소로 주소지를 옮겨 전산자료에서 두 딸의 나이를 원래대로 고쳤다.

그러나 최근 시 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적발됐고, 시는 ㅂ씨의 남편 ㄱ씨 본적지인 파주시에 ㅂ씨를 경찰에 고발하도록 했다.

ㅂ씨는 “남편의 딸까지 포함해 한 집에 딸이 셋인데 성이 틀려 고민했다”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감이 될까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울먹였다.

여성단체도 ㅂ씨가 전형적인 호주제 피해자라며 구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사건을 이첩받은 경기 일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이씨를 호적법과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20일 “처벌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