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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 드라마’ 상황설정 부적절

 
  

 
[기사문] ‘호주제 드라마’ 상황설정 부적절
발행일 : 2003-09-08 등록일 : 2003-09-09
[미디어오늘]

“나도 여자지만 정말 너무하더라. 확인 절차도 없이 이렇게 쉽게 되다니….”

MBC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아들 혁주(김민기 분)가 손자 문혁이의 친부임을 밝히는 인지 신고를 간단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황여사(나문희 분)가 며느리에게 하는 말이다(7월11일 방송분). 인지 절차도 필요 없고 친부가 직접 신청하지 않는다 해도 아이를 친부의 호적에 올리는 일은 너무도 간단하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친모나 법적 부인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불필요하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호주제를 다룬 TV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미디어열사)’은 7월28일부터 8월23일까지 방송된 KBS1 <노란손수건>(월∼금 저녁 8:30∼9:00)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월∼토 아침 9:00∼9:30) SBS <당신곁으로>(월∼토 아침 8:30∼9:00)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드라마에서는 어머니는 아이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가질 수 없고 오히려 아이를 지우라고 하고 떠나버린 남자가 모든 법적 권리를 가지게 되는 현행 호주제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열사는 <노란손수건>과 <그대 아직도…>에서 현행 호주제의 폐해가 구체적,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 전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호주제란 무엇이고, 또 호적 변경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란손수건>의 윤자영(이태란 분)과 <그대 아직도…>의 차문경(배종옥 분)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친부와 친할머니에게 아이에 대한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긴다. 친부가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라고 구청에 인지신고만 하면 아이는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되고 성도 아버지의 것을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 드라마가 이처럼 긍정적인 시사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황 설정은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 드라마에서 혼외 자식이 모두 아들인 점, 법적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고 성격이 매우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열사는 아들을 못낳는 여성은 모두 죄인이라는 여성 비하적 시선과 함께 남아 선호사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여성이 결혼하기 전에 임신한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다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설정은 자칫 호주제가 미혼모만의 문제라는 편견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이혼 여성이나 재혼 가정이 부딪치게 되는 호주제의 문제도 심각한 만큼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기반한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