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쇄국정책의 악몽에서 깨어날 때 | ||
발행일 : 2003-09-07 | 등록일 : 2003-09-17 | |
[오마이뉴스 ] 얼마 전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문소리 주연의 <바람난 가족>은 가족의 해체를 냉소적이면서도 극명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열려가는 사회 속에서도 이러한 극단적인 해체는 여러 사람들에게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유림 인사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가정 해체의 코드로 최근 법안 상정에 박차를 달고 있는 호주제 폐지안을 말한다. 호주제를 폐지하면 가정이 뿌리채 흔들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왜 호주제를 폐지하면 가정이 뿌리채 흔들린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아버지가 어머니로 둔갑하는 것도 아니고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뿌리가 갑작스럽게 뽑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폐지는 성씨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시켜주는 코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아버지랑 틀린 성씨를 가지고 있어서 괴로워하던 많은 이들이 당당히 자신의 성을 말함으로써 가정의 결속력을 더욱 다질 수 있게 될 수 있다. 즉, 현재보다 가정으로 귀속되는 인구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는 어떠한 결정이 옳은지를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호주제 폐지가 가지고 있는 우려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호주제 폐지가 가져올 결과에서 유림 측이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라 볼 수 있다. 우선 가장이 가지고 있는 권위가 사라져버릴 것이란 우려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권위는 자신이 세우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법이 세워 주는 것도 아니다. 권위는 주변 사람, 즉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세워지는 것이다. 가족 내에서 법 가지고 따져가며 가장의 권위를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법이 없더라도 세워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가장에게 권위는 존속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족 내 남녀구분의 모호함이 결과적으로 가족 해체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남성이 가장으로서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해서 가족 해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남성 가장들이 힘을 상실하고, 가정이 해체되는 이유가 호주제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남녀 평등을 외치다가도 남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용해 먹는 일부 왜곡된 페미니즘적 인식 속에서 기인된 것이라 보는 게 옳다. 불쌍한 남자와 해체되는 가정은 법의 약화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볼 때 호주제 폐지가 남자 여자 간의 성분화를 없앨 것이라는 지적은 억측에 가깝다. 오히려 호주제 폐지는 아들 없이 딸과 사는 여성 가장들에게 더욱 힘을 불러 일으켜 주는 청량제로 남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책임을 지닌 가장이 늘어나 국가 힘이 강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800년대 중반, 메이지 유신이란 합리적 선택을 통해 근대화를 달성하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은 쇄국정책을 통해 민족성을 고취시키는 선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론 남들보다 뒤로 후퇴하였다. 이 당시엔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를 평가할 잣대가 없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잣대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다. 일석이조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을 두고 감정적으로 판단하여 제자리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이미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만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호주제 폐지는 전통의 붕괴, 가정의 붕괴가 아니라 다양성 인정을 통한 다수의 만족을 꾀하는 방안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신준섭 기자 (sman321@freechal.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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