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의붓자식 가족인정” 판결

[기사문] “의붓자식 가족인정” 판결
발행일 : 2003-09-07	등록일 : 2003-09-17
[경향] 재혼한 아내와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의붓자식도 가족으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그동안 ‘부계혈통 순수성’이라는 명분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던 ‘친양자제도’(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찬성하는 취지의 첫 판결이어서 향후 호주제 폐지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소위 민법상 ‘성불변의 원칙’에 따라 친양자제도가 인정되지 않아 실제로는 친아버지와의 관계가 단절됐음에도 계부의 성을 따르지 못하는 등의 제약으로 인해 많은 입양자녀들이 여러가지 법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이종찬 부장판사)는 ㅎ보험사가 ‘재혼한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는 보험약관상의 가족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강모씨(50)와 강씨의 양아들 김모씨(27)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김씨는 가족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에 명시된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피보험자 강씨와 주거 및 생계를 같이 하며 실질적으로 가족공동체 안에서 강씨의 아들 역할을 해왔으므로 가족의 의미를 너그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보험금 지급대상을 제한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춰 주기 위해 가족운전자 특별약관을 둔 취지에 비춰볼 때도 ‘가족’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임의로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가 친아버지와 이혼한 후 2000년 10월부터 양아버지 강씨와 같은 집에서 살아온 김씨는 강씨 명의로 보험에 가입된 자동차를 몰다가 2001년 6월 교통사고를 냈지만 보험사측은 김씨가 피보험자의 가족이 아니라며 대인배상 외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