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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 관련 보도 신중을 기해야

 
  

 
[기사문] 호주제 관련 보도 신중을 기해야
발행일 : 2003-05-12 등록일 : 2003-05-13
'호주제 폐지 수정의견 80%' 제목의 기사를 보고

유덕조 기자    


'여성단체와 여성부'가 관민합동으로 호주제 폐지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사이버운동의 근거지 가 될 ‘노(NO)호주제-호주제 너머 으랏차차 신나는 사회로’사이트(www.no-hoju.or.kr)를 9일 개통했다고 밝혔다."(문화일보)고 한다.

우선 말할 것은 '우리는 신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또한 그녀들이 목표하는 그것이 '신나는 일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또한 먼저 밝힌다. '신난다"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주1) 그녀들이 알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그녀'라는 칭호가 성차별이라 하여 '그'라고 호칭하는 것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이야말로 자연률칙을 깨는 비정상 행태의 단적인 예이다.)

그와 연관 관심을 끄는 것이 최근의 국민의견 조사 결과인데 (1)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호주제에 대한 수정('부분 수정' 39.9%, '크게 수정' 27.6%)의견과 '완전 폐지'(12.5%) 의견을 합치면 80%에 이르렀다"로 나왔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결과를 해석하고 보도하는 방식이 명백하게 균형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1)우선 제목은 '"호주제, 수정 또는 폐지" 80%' (중앙일보 5월 11일)이고, (2)주제문은 "우리 국민 5명 중 4명은 호주제를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일보 5월 11일)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호주제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은 실상 12.5%에 불과한 것이다. 이상한 제목이고 만든듯한 이상한 주제문이다.

호주제 폐지를 너무 '지나치고 성급하다'고 보는 것은 그 궁극의 목적이 전통적 성씨 표기를 거부하는 것이므로 성족제도를 부정하는 정체불명의 편의주의적 사상이 우리 사회와 문화를 어떤 의미에서건 크게 훼손할 것을 우려해서다. 호주제에 대한 수정은 이미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또 개선할 부분을 검토하여 우리 사회를 탄탄히 발전시켜 나아가려는 데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정을 지지한 쪽은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그 조사결과는 명백히 "아직은 호주제 폐지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다" 혹은 "아직은 폐지반대가 폐지론을 앞서다" 이어야 한다.

(1)폐지운동측과 (2)정부와 (3)언론마저 한쪽으로 쏠린다면 이 나라 사회와 문화는 어디로 격류해 갈지 일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그와 같은 중대한 문제는 과도한 의욕을 앞세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대개의 어린이 청소년들도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듯이 논의하고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이번 조사의 주요 설문 대상문이 '이혼한 가정과 자녀의 성씨 선택문제'라고 하는 우리의 치부를 가지고 여론 수치화의 한 중심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비정상이다. 다수 정상가정을 중심에 두고 사회와 문화의 물꼬를 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혼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또 받아들일 수 있고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불행한 일이고 정상 가정을 압도할 수는 없다. 설사 이혼가정이 50% 이상을 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것이 정상 현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남녀의 책임이나 잘잘못을 떠나서 우리사회를 건전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히 먼저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의 중국에서 사스의 재앙을 겪으면서 이혼이 줄고 사회가 상당히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들린다. 9.11 테러 후 미국에서도 가정의 소중함이 재인식되고 이혼이 줄어들고 출산이 늘었었다. 우리도 더 큰 재앙을 만나야 정상적 가치를 겨우 깨달을 것인가? 그렇다면 우린 지금 큰 '재앙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엄중히 주의하고 유념하고 또 각성할 일이다.

우리가 풍요한 삶의 호기를 무산하여 버리고 낭비하면서 언제까지 '철없는 어른'으로 남을 것인가?  



:: (주 1) - '신난다'란 어린이 청소년 용어이다. 성인용어로서는 '신명난다'일것이다. '신명'이란 무엇인가? 한국에는 민족성론을 말한 석학들이 많았는데 아마 일본사람들이 한국의 국민성을 왜곡한 것(파당성론, 뇌동성, 직정적, 비주체성 등)을 회복하기 위한 의욕에서라고 생각한다.

현재 광범히 통하고 있는 국민성론 중에 '신명'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다. 문학 예술 철학 쪽에서 많이 이개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문화사적으로 사상사적으로 전연 겸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물론 중국사서의 '동이전' '고구려전' '백제전'이라든가 '고려도경' 동국여지승람' 등에 우리민족이 가무를 좋아하였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어 그 근거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최근에는 한국의 성정을 "한'이라고 보는 설이 일본에까지 확산되고 있어 역시 그럴법하다.(그 한은 주지하듯이 신명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신명이 민족성의 정체성이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인지는 확신하기어렵다. 아마 전자정부의 모 사이트에서 한국민족을 '직정적'이라고 했던 것도 그런 발상이었던 것 같은데 직정적이란 사려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신명이란 그와 유사한 범주의 민족성론일 것이다.

오늘날의 '빨리빨리'문화가 우리의 정상적 민족성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종의 질풍노도의 시대와 같은 시류의 영향일 것이다. 민족성론은 신중히 사려되어야 한다.

:: 참고기사

(중앙일보 2003.5.11)

"호주제, 수정 또는 폐지" 80%


우리 국민 5명 중 4명은 호주제를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7~8일 이틀간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호주제에 대한 수정('부분 수정' 39.9%, '크게 수정' 27.6%)의견과 '완전 폐지'(12.5%) 의견을 합치면 80%에 이르렀다.

'현행 유지' 의견은 19%에 불과했다.

이혼한 여자가 자녀를 데리고 재혼할 경우 자녀가 전 남편의 성을 그대로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64.1%)가 찬성(34.9%)의 두배에 가까웠다.

이 경우 자녀의 성이 따라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새아버지'(33.4%), '생부'(29.6%), '생모'(22%), '세 가지 중 선택'(13.9%)의 순으로 응답했다.

결혼 후 여자의 호적을 시댁으로 옮기게 되어 있는 것에는 찬성(50.5%)과 반대(48.7%)가 비슷했으나 자녀의 호적을 남편 쪽에 올리는 것에는 찬성(60%)이 반대(39.2%)보다 많았다.

전화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최대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안부근 전문기자 keu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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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03.5.9)

인터넷서도 호주제 폐지운동


호주제 폐지운동이 사이버공간에서도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사이버운동의 근거지 가 될 ‘노(NO)호주제-호주제 너머 으랏차차 신나는 사회로’ 사 이트(www.no-hoju.or.kr)를 9일 개통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서명운동과 상담이 이뤄지며 장관 국회 의원 교수 영화배우 등 각계 유명인사들의 호주제 폐지 지지 글 이 연재된다. 또 호주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카드 보내기, 친구·친지들 에게 호주제 폐지운동 동참 권유하기, 평등가족지수 산출하기, 3 행시 짓기 등의 메뉴도 마련된다.

여성연합은 보다 많은 네티즌이 동참할 수 있도록 다음커뮤니케 이션과 함께 ‘아직도 호주제가 있다고요?’‘성씨 선택할 자유 를 달라!’ ‘호주제 폐지이후 신분등록제도는 어떻게 바꿔야 할 까?’ 등의 주제로 토론방도 개설키로 했다.


정희정기자 nivose@

2003/05/12 오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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