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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전문가시각―신은영] 남아선호는 사상인가? | ||
발행일 : 2003-06-11 | 등록일 : 2003-06-12 | |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여영아 살해 풍속이 있었다. 이는 남송 시대 이래 인구 밀도가 높았던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 자주 행해지던 것으로,딸을 낳으면 아이를 거꾸로 들어 머리부터 물속에 집어넣어 익사시켰다. 송·원·명대의 통치자들이 영아 살해에 대한 처벌 기준을 더욱 강화시켜 나갔지만 여영아 살해의 악습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어떻게 그런 야만적인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놀랄 필요는 없다. 바로 같은 일이 오늘날 한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한국에서 태아 감별 후 낙태되고 있는 여영아의 실태를 보도한 것을 본 외국인들도 한국인들의 행태를 매우 야만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연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60만명이고,여아 100명당 남아 106명의 출생을 정상적인 것으로 볼 때 최근 10년간의 평균 출생 성비 112는 여아라는 이유로 생명을 버린 아이들이 매년 3만명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출생 성비는 정상이었으나 90년 이후 태아를 감별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출생 성비는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90년부터 2001년 사이 첫째 아이의 성비는 106으로 거의 정상이지만,둘째 아이의 출생 성비는 111,그리고 셋째 아이와 넷째 아이의 경우는 155와 187로 태아의 성 감별과 인공임신중절이 둘째 아이 이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행태를 뒷받침하는 것이 ‘남아 선호 사상’이다.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사상’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등의 소수 유교권 국가들이다. 그런데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사상’이란 말이 생각이나 의견 정도로 이해되는데 비해 우리말에서 ‘사상’은 ‘사고 작용의 결과로 얻어진 체계적 의식 내용’이라는 무거운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남아 선호를 오랫동안 한국 민족의 사유와 생활을 규정해 왔던 유교사상과 관련하여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다른 유교권 국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제도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호주제다. 이는 일제 시대의 잔재지만 남계 혈통 중심의 가족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었는지 오늘날 유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태아 감별을 할 때 이 아들을 키워 놓으면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와 집안일도 도맡아 해주고 손자·손녀도 보고 대를 이어가며 웃어른 대접을 받으며 봉양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낳아야 안심되는 이유는 호주제 아래서는 오직 아들만이 가계를 계승하고,제사를 모실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딸은 시집을 가면 다른 호주 밑으로 들어가 그 집 성씨를 가진 아이들을 낳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유교의 핵심 개념은 인간애다. 이러한 유교가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지면서 ‘태아 감별 후 낙태’라는 반인륜적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남아를 선호하는 몇 되지 않는 유교권 국가들 가운데서도 출생 성비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고,이 나라에서는 남존여비의 폐습이 ‘사상’으로까지 격상되어 불리고 있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한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유림들도 일제의 잔재인 호주제를 폐지하자는 데 반대하기 위하여 독립선언문이 낭독되었던 탑골공원 앞에서 시위할 때가 아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호주제 폐지가 가족의 해체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이 다른 아버지와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상처받고,또 생부는 버리고 갔어도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미혼모들이 눈물로 아이를 떼어 보내야 하는 상황에 있는 수많은 가족을 지켜 줄 수 있다. 유림들이 진정한 ‘사상’으로서의 유교정신을 현대사회에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렇게 새롭게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신은영(동아시아 여성정치연구소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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