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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여성]호주제는 일제때 만들어진 폐습

 
  

 
[기사문] [여성]호주제는 일제때 만들어진 폐습
발행일 : 2004-06-21 등록일 : 2004-06-28

[세계일보 2004-06-21 17:30]  

여성부는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열린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 발표회를 통해 호주제가 사회·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를 둘러싸고 위헌성 문제로 일관됐던 호주제 폐지 정당성이 실질적인 가족관계와 가족 문화,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도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여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이뤄진 것으로 이날 발표회에는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발제문 ‘국가·사회의 관계 속에서 호주제가 가족문화에 미치는 영향: 비교학적 접근’을 통해 호주제가 근대사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호주제는 조선시대의 호주제와 다른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호주제가 이미 폐지됐어야 하지만 전쟁과 분단, 폐허, 국가재건 등의 벅찬 현대사를 헤쳐오며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역할을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국과 일본 역시 유교 전통을 바탕으로 하지만 호주제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며 “호주제가 없어도 가족이나 사회질서가 해체되거나 혼란에 빠지지 않으며 가족이라는 것은 사회적·문화적 구성요소이므로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해체된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호주제의 가족관계 및 가족문화적 측면: 성인 남성의 삶에 반영된 모습’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호주제 하의 가정의 모습은 현재 한국 가정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님을 역설했다. 그는 “호주제에 상관없이 현재 한국의 가족은 전통적 의미의 가족구조, 가족 범주 및 가족 관계 측면에서 크게 변화했다”며 “호주제가 상정하는 ‘가족’은 더 이상 한국가족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재천 교수는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 호주제 폐지와 한국 남성의 삶을 전망했다. 그는 ‘호주제 폐지와 대한민국 남성의 삶ㅋ 사회생물학적 접근’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호주제의 부계혈통주의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계의 혈통이 암컷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부장제도가 한국 남성들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중년 남성들의 사망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제가 폐지되어 가부장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여성과 남성이 함께 짐을 지고 가정을 꾸려나감으로써 한국 남성들의 사망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진기기자/jk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