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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가족해체' 오해를 넘어 건설적 대안으로

 
  

 
[기사문] '가족해체' 오해를 넘어 건설적 대안으로
발행일 : 2003-03-31 등록일 : 2003-05-09
전망 :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해체' 오해를 넘어 건설적 대안으로

호주제 존폐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 여론은 둘로 나눠져 있다.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은 호주제가 전통적인 가족제도도 아니고, 성차별과 부부차별을 조장하여 평등한 가족관계에 위배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호주 중심의 가족제도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호주와 다른 가족구성원간의 관계를 권위적인 관계로 규정한다. 호주 승계 순위도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규정하여(민법 984조) 남자가 없는 경우에 여자가 2차적으로 승계하도록 함으로써 남성 우월의식을 조장한다. 즉, 어린 아들이 어머니, 누나, 할머니 등을 우선하여 호주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 가족 내의 질서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자녀가 출생하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되어 있어, 어머니 성을 따르거나 어머니의 재혼으로 부자간의 성이 다르게 된 가족을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낙인찍게 되어 자녀가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박탈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반해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은 호주제가 전통적인 가족제도이고 호주를 삭제할 경우 '가(家)'를 승계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족을 해체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호주제도는 중국의 종법제와 일제의 천황제 산물인 구민법상 호주제의 영향을 받은 외래적인 제도다. 가족을 '호주와 가족'(민법 제 2장)으로 분리한 것 자체가 변화된 가족을 반영하지 못하는 추상적인 '가(家)'제도이므로 가족의 승계는 남계혈통을 통해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마다 자기 특성에 맞게 기록을 남기면 될 것이다. 아들이 없으면 '가(家)'를 이을 수 없다는 주장은 현실 가족(딸만 있는 가족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다.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민법 제4편 제2장 '호주와 가족'를 삭제하자는 주장에서 그런 오해가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민법에서 가족을 굳이 호주와 가족으로 나눈 것은 신분기록을 검색할 때 호주를 검색해서 가족구성과 범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호적제도와 연관이 있다. 호주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가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가족에 대한 규정은 민법 제4장 '부모와 자'에서 나타낼 수도 있다.
호주가 필요한 것은 개인의 신분변동 사항을 기록하고 검색할 때 필요한 '기준인' 정도의 의미이다. 그런데 마침 호적에 대한 전산화가 올해 완성되었다. 굳이 '호주'라는 기준을 두지 않아도 개별호적에 대한 검색은 어렵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호적에 대한 편제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선 민법의 제2장 '호주와 가족'은 삭제하고, 다만 제2장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는 삭제하는 대신 제4장(부모의 자) 제865조의 2(자의 성과 본)로 넣는 방안이 있다. 주요 내용은 '자는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정해진 부 또는 모의 성을 따르도록 하고, 부모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부 또는 모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부성을 강제하는 것을 풀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민법 제 2장의 호주 관련 조항을 삭제한 후, 호주를 중심으로 신분변동사항을 기록하는 호적제도는 시간과 비용,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점차 변경해 나가면 될 것이다.  
기존의 호적법을 대체해서 신분변동사항을 기록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두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 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1인 1적제다.
이 제도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고, 개인마다 신분변동사항(출생, 결혼, 입양, 이혼, 사망 등)을 기록하므로 남녀불평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자기를 중심으로 신분변동사항은 기록되지만 부모의 신분변동사항까지 기록되지 않으므로 개인이 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가족관계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된다. 또한 현재 개인마다 주민등록부를 편제하고 있어 신분관계사항을 정리하여 기록하는 보완책이 마련되면 큰 경제적 부담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하나의 공부상에 기재됨으로써 가족을 표상한다는 관념이 남아 있는 국민의식을 고려할 때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다음은 기본가족별 편제(가족부)다.
이 제도는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다. 부부는 혼인에 의하여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고 자녀를 낳으면 하나의 가족부를 만들어 부부 중심의 현실적인 가족공동체(2대 가족, 친자동적, 부모양계혈통주위)를 나타내며 가족구성원 모두가 법률적으로 동일한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혼인의 취소, 이혼, 재혼 등으로 기존의 가족은 해체되고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는데 이혼 시 자녀는 친권과 양육권을 갖고 있는 부 또는 모의 가족부에 등재된다. 또한 성장한 자녀는 성년이 되면 새로운 가족을 구성할 수 있고, 미성년인 자도 부모의 학대 또는 가출 등으로 새로 가족을 구성하고 싶을 때는 법정대리인이나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으면 된다. 이 제도는 부부 중심의 가족일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점차 다양해지는 가족관계(한부모가족, 동성애가족, 독신가족)에서는 부부 중심의 가족 이외에는 비정상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평등하고 열린 가족으로 나가는 길

여성단체, 시민단체 등이 호주제 폐지에 대해 위헌신청을 하고 국회에도 청원하였지만 헌법재판소와 국회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은희 신임 여성부 장관은 취임일성으로 호주제 폐지를 공언했다. 헌법정신에 위반되고 국제사회에서도 조롱받는 호주제를 16대 국회에서 반드시 폐지하고 호주를 중심으로 호적을 기재하던 방식은 전면 개편하여 1인1적제와 기본가족별 편제의 장단점을 연구하여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부장제 가족관계로 인해 이혼이 늘어나고 가족이 붕괴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등한 가족관계,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것, 혈연을 뛰어넘어 공동체가족을 전망하면서 가부장제 가족제도인 호주제를 폐지하고 평등하고 열린 가족제도로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연세대학원신문 2003.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