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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문] [옴부즈만]‘호주제 폐지’ 심층보도 필요

 
  

 
[보도문] [옴부즈만]‘호주제 폐지’ 심층보도 필요
발행일 : 2003-08-25 등록일 : 2003-08-28
[경향신문]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행사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우여곡절끝에 참가했다.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온 국민의 관심사였기에 방송과 신문에 난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방송도 그렇지만 신문들도 북한 응원단을 취재하면서 유독 ‘미녀 응원단’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 조금 지나치다 싶다. 8월22일자 보도에 ‘역시 미녀 응원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북한 응원단의 모습이 컬러 화보로 실렸다. 다양한 응원 방식과 발랄한 동작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또한 해맑은 얼굴도 성형 미인에 식상한 남한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남한 언론이 북한 여성들을 ‘미녀’라고 표현하면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관심을 갖고 정작 그들이 호소하는 ‘민족은 하나’라는 외침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보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여성의 미’를 부각하면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이 엿보인다. ‘북한에서 온 미녀’라는 명칭보다는 ‘북한에서 온 통일응원단’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외모에 기대어 ‘미모’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보다 응원단이 경기에 참여한 본래 취지를 알리는 표현을 사용했으면 한다. 그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왔든 ‘미녀’라는 점만 부각하여 여성을 상품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무부가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 시안을 마련했다는 기사가 8월22일자에 소개되었다. 지난 5월 이미경 의원 등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에 정부안이 발의됨으로써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물론 유림 등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점점 높아져 지난 5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성인 남녀 9,593명을 대상으로 벌인 호주제 폐지 의식조사에 따르면 약 66%가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호주제 관련 기사의 부제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 ‘찬반 논의가 거셀듯’이었다. 상당수 여론이 호주제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마당에 굳이 ‘찬반 논란’이라는 식의 전망을 덧붙이는 것은 그나마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호주제 폐지 법안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 태도로 비춰져 아쉬움이 남았다.


국회의원들은 사회 변화의 진보적인 방향보다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한 채 누구에게도 표를 잃지 않으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호주제가 논란이 많으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자기 변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련 기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8월23일 ‘호주제 폐지와 시대 변화’ 사설을 통해 호주제 폐지를 시대의 흐름으로 보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지적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향이 나서서 국민 여론조사도 하고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쟁점에 대해서 심층적인 취재와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특히 호주제로 인해 피해를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호주제 폐지 이후에 달라지는 제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는 사라지지만 대신 부부간, 부자간에 평등하고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가족제도가 생겨난다는 진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이다. 특히 법무부 시안이 유림의 우려를 고려하여 자녀의 성과 본은 부성을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 점도 정확히 알려야 할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관계가 붕괴된다며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가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민법상 가족은 친족편과 상속편에 명시되고 가족은 지금 그대로 존재한다. 형식상 가(家)제도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마치 가족이 붕괴되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최종 편집: 2003년 08월 25일 18:2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