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창고/보도자료

[기사문] 여야 "호주제 폐지案 어쩌지 …"

 
  

 
[기사문] 여야 "호주제 폐지案 어쩌지 …"
발행일 : 2003-08-26 등록일 : 2003-08-27


[중앙일보 박승희 기자] 법무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호주제 폐지 법안의 처리를 놓고 정치권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대선 공약으로 호주제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림 등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당론 확정을 미루는 등 난감해 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는 26일 당사로 찾아온 여성계와 시민단체 대표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호주제 폐지 시민연대 모임 소속의 최병모 변호사는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정이 해체되고 고유의 미풍양속이 해체된다고 하지만 호주제는 고유의 미풍양속이 아니라 일제가 한국을 통치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崔대표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성(姓)의 선택은 문화적인 성격이 강한 데다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남아선호사상이 시정되지는 않는다"며 "호주제 폐지는 논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생활양식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또 "도시와 농촌의 반응이 다른데 선거 직전에 무리하게 결론 내려고 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崔대표는 지난달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젖먹이가 아들이라는 이유로 호주를 상속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그러나 호주제 폐지는 제한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가며 단계적으로 하는 게 옳은 접근"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의 기류는 정기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어렵지 않으냐는 쪽이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당의 입장은 중장기적으로 호주제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이 법안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돼 있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李의장은 "도시 의원들과 달리 농촌 의원들은 지역의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민주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세균(丁世均)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여성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차원에서 논의해 보겠다"라고만 말했다.


丁의장은 "당의 대선공약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법안이 정식으로 제출된 뒤 당론 수렴작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정책 관계자는 "도시가 지역구인 의원들과 달리 농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벌써부터 지역에서 호주제 폐지에 반대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결론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승희 기자 < > 사진=안성식 기자 < anses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