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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가정]호주제 폐지 개정안 확정 입법예고

 
  

 
[기사문] [가정]호주제 폐지 개정안 확정 입법예고
발행일 : 2003-08-25 등록일 : 2003-08-28
[가정]호주제 폐지 개정안 확정 입법예고  
  
  [세계일보] 2003-08-25 () 30면 1866자    
  
    
법무부는 지난 22일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호적 대신 국민 개개인이 신분을 등록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국회 통과시점 2년 뒤에 시행하도록 돼 있어 이르면 2006년부터 개정법이 시행된다. 민법 개정안은 호주제 폐지와 함께 기존 가족법에 상당한 변화를 담고 있다.

◆∴개별 신분등록∴=호주제 폐지는 집안의 기둥으로 비유되던 ''가장''의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제껏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이 구성돼 호적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록됐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호주가 없어지고 개별 구성원들이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어린 아들이나 손자가 어머니나 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가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는 어머니가 친권과 양육권을 갖고 키우는 자녀도 비자 등 서류를 발급할 때나 이력서를 쓸 때 함께 생활하지 않는 아버지를 호주로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바뀌면 자녀가 개인 기록을 갖게 되고, 호주를 적는 일도 사라진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를 기록한 호적제도도 달라진다. 호적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록됐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4인가족의 경우 4명 모두가 개별 신분등록 기록을 갖게 된다. 부모, 배우자, 자녀는 기록되지만 형제자매는 적지 않아 알 수 없다. 형제자매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의 신분등록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자녀 성(姓) 변경 가능∴=현행법상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사는 자녀의 경우 새아버지의 호적에 올릴 수는 있었지만 성은 바꿀 수 없었다.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호적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에 재혼가정이라는 점이 노출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재혼 자녀들이 아버지의 성과 자기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겪는 불편과 고통이 사라지게 된다.
입법예고안에는 원칙적으로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돼 있지만, 결혼할 때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각계 반응∴=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 확정과 관련해 여성계와 유림에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호주의 개념을 없애고 성 선택의 여지를 확보해준 점에서 매우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국씨족연합회 등 유림은 호주제가 사라지면 가족과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세상이 더 피폐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개정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 토론회와 시위 등 범국민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전망∴=법무부는 진통 끝에 호주제 폐지를 뼈대로 한 민법 개정안을 다음달 정기국회에 내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상당수가 내년 4월 총선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울질하고 있어 연내 법안 통과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호주제 유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혼-재혼가정 자녀들의 성을 변경하는 ''친양자 제도''만 우선 도입하자고 주장하면서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 상당수도 견해를 밝히지 않은 채 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서둘러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상정해도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보연∴ byab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