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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 폐지 공청회 무엇을 남겼나

 
  

 
[기사문] 호주제 폐지 공청회 무엇을 남겼나
발행일 : 2003-10-07 등록일 : 2003-10-07
[우먼타임스]

‘갈등 폭 어떻게 좁히나’과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법무부와 여성부 주최로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민법개정안 공청회는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양측간의 갈등의 폭을 실감케 했다.

특히 지난 2000년 법무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난동을 일으킨 호폐반대론자들은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는 달리 공청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토론회 자체를 방해하는 등 몰상식한 태도로 일관, 토론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공청회는 토론과 논의 자체를 거부하며 ‘호주제 폐지 절대불가’만을 고집하는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정가련) 등의 호폐반대론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에 대한 막중한 과제를 남겨놓은 토론회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안의 국회통과 결과와 상관없이 우려되고 있는 극심한 국론 분열 양상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상용 부산대 교수의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호폐반대론자들은 “너는 족보도 없느냐?” “너 어디 김씨냐?” “나라 망치는 놈 물러가라”는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토론회 진행 자체를 방해, 40여분간 회의가 중단됐으며 이런 시비는 토론회 중간 중간 계속됐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재혼가정과 그 자녀들의 경우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해 가장 큰 설득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재혼가정의 경우 자녀의 성(姓)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재혼을 앞두고 자녀양육을 포기해 그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며 “이씨가 김씨로 바뀌는 것은 절대로 안 되고 이씨가 슈미트로 바뀌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반대측 토론자로 나선 구상진 변호사(정가련 공동대표)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거의 전부가 사실과 매우 거리가 멀고 현재의 폐지론의 본질은 북한측이 애용하는 용어와 논리에 가깝다”라며 “호주제를 폐지하면 선후대와 일족간의 유대가 모두 단절되는 것으로 이는 남녀평등을 이유로 희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 변호사는 김상용 교수의 ‘노비발언’에 대해 호폐반대론자들이 격분해 회의를 방해하자 중재에 나선다는 이유로 “어르신들, 저도 김 교수의 멱살을 잡고 내치고 싶은 심정입니다만…”이라는 발언을 해 토론자의 자세에서 벗어났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대부분의 여성계 인사들은 호주제 폐지의 찬반을 떠나 정상적인 토론 자체가 거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과 함께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에 대한 높은 벽을 실감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페미니스트 저널 ‘if’의 김혜련 부사장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용주 기자 hyj@iwom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