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호주제 폐지되면 달라진 가정환경 대처 방안

[기사문] 호주제 폐지되면 달라진 가정환경 대처 방안
발행일 : 2003-08-27	등록일 : 2003-08-28
[국민일보] 2003-08-27 () 00면 1580자             국민 개인별로 신분을 등록하고 자녀가 어머니나 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게 하는 민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될 예정인 가운데 호주제 폐지가 가져올 가정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어린 아들과 손자 등이 어머니나 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고 가장이 되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사라질 것이고 이혼?재혼가정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덜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가정사역가들은 호주제 폐지는 환영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될 세대간의 심리적 단절감이나 약화될 가족 가치로 인한 가정해체를 우려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로 인한 가족체계의 큰 변화는 남성인 가장이 가족을 이끈다는 전통가족의 패러다임에서 부부 중심의 양성 평등가족으로 전환된다는 것. 민법 개정안이 확정,시행되면 민법에서 ‘호주’와 ‘가족’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다. 집안의 ‘기둥’에 비유되는 가장의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개별 가족구성원들도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그러나 가정사역가들은 가족이란 개념이 약화되면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던 부양관행과 정서적 관계의 단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만약 복지제도의 토대가 빈약하다면 해체되는 가족이 늘게 될 것이라며 부모세대와 노년층이 허공에 뜨지 않도록 관련 법규와 정책이 복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일시에 가족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서히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달라지고 의식도 변하게 되기 때문에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가정사역가들의 중론이다. 하이패밀리 사무총장 이의수 목사는 “법률과 제도를 뛰어넘는 가족가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랑으로 섬기는 가족관계,사랑의 기능이 중심이 된 가족이 될 때 건강한 가정,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목사는 “교회들이 가족관계를 결속시키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가정해체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에 대한 대항이 아니라 무너지는 가족 가치에 대해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훼이스 가정상담연구원 최귀석 원장은 “가족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제도가 바뀌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화가 바뀌는 것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주의로 인한 가정공동체가 약화되지 않도록 개인의 인성교육,심리치료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호주제 폐지라는 정서적 충격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덧붙엿다. 가족체계는 평등의 개념이 아니라 상호 존중의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가족관계란 전적인 헌신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0년동안 한국가정은 관계중심적이고 공동체적 대가족문화에서 기능주의적인 핵가족문화로 급변하면서 부모의 부양,자녀 출산 문제 등이 경제 사정에 따라서 선택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성경적 가정관 확립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