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대법원]“여성으로서 사회적 약자에 지속적 관심” | ||
발행일 : 2003-08-27 | 등록일 : 2003-08-29 | |
[한겨레] 여성 첫 헌법재판관 전효숙 26일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집무를 시작한 전효숙 헌법재판관을취임 전날 만났다. 전 재판관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기대에 두려움마저느낀다며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현안 문제들은 충분히 연구 검토한 뒤 견해를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법원장께서 헌법재판관 지명을 발표하면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는데 자신의 어떤 점이 그런 평가를 받게 됐다고생각하나 =재판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저는그 분야에 좀더 관심을 가진 편이고 여성이니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짐작한다. 여성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는 아니지만 제대로 대우 못 받은 측면이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집단 의사 표시 정당했나 의문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구현됐나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경우, 약자의 입장에선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을지생각했다. 그 결과 가시적으로 평가되는 판결이 한두 개 정도 있었다. -1998년 여성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서울지방법원 내에 여성법연구회를 만든것으로 알고 있다. 당장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문제로 호주제가 있는데 =호주제 문제는 친족상속 분야와 관련된 것이고 가족법 분야에서는 전통을 무시할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변화가 늦다. 그동안 꾸준히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분들이 있었고 법무부에서도 개정안이 제출돼 있어 곧 해결되리라고 본다. 문제는호주제 폐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대체하는 것이 어떠한 모습을 가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법무부안은 법사위원들 반대가 많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입법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헌재에서 결정을 내놔야 할텐데. 거기서 내가 어떻게할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호주제가 그대로 존치돼선 안 된다는 데는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청송감호소에 다녀왔다. 재소자 한분이 전 재판관이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회견 내용을 인용하면서 보호감호제 위헌제청에 대한기대를 나타냈다. =보호감호제도는 형사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폐지하지 않더라도형사정책을 제대로 운영하면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화 등의 노력 없이무조건 가둬만 두는 제도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만약 폐지로 가닥이 잡힌다면그를 대체하는 다른 제도가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관에 지명된 직후 인터뷰에서 젊은 판사들의 집단행동에 부정적인의견을 비쳤는데 =법원조직 내부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절차가 꼭 폐쇄적인 것만은 아니다. 판사는자기행동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고, 세를 규합해 집단적으로 의견표명을 하는 것은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판사는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사건에 대해 최종 순간에혼자 결정해야 하고, 그로 인해 어떤 불이익이 오더라도 자신이 모두 책임져야한다. 보안법 혼란, 정치권 해결을 -판사는 고독한 결단을 하는 직업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지난 역사에서 우리사법부가 국민들의 변화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해왔는가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사법부가 비판받거나 개선될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집단적으로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이 꼭 정당했다고 볼 수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사법부에서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면한 과제는 대법원의 기능을 어떻게 끌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정책법원으로가려면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대법원은 분쟁 해결 위주의기능을 해왔고 또 3차례 재판을 받는 데 익숙한 정서가 있기 때문에 바로정책법원으로 가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고 대법원을 젊은 사람들로채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헌재와 대법원이 이원구조로 돼 있는데 두 곳의 위상 정립도 문제 아닌가 =맞다. 우리 헌법상으론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헌법은 다른법에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 헌법상 사법부의 최고기관은 대법원으로 돼 있다. 앞으로 헌재가 헌법 위상에 맞게 더 위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대법원에서 헌재기능까지 통합하느냐는 국민이 결정해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헌법재판소의 소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관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해 헌법이 그 시대와부합해가도록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회견에서국가보안법을 이야기하면서 판사들은 주어진 법 한계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말했다. 이제 헌법재판관이 됐으니 태도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보안법도 사실 민감한문제다. 현재 우리 정부는 화해교류 정책을 취하면서 북한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보안법은 그대로 살아있어 법상으론 북한이 우리의 적이기도 하다. 이런혼란은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한다. 헌법에 여러 정신이 있지만 우리 국민이 어떤방향으로 나갈지 하는 목표는 정치권이 정해야 한다. 헌법이라도 국민과 동떨어져갈 수는 없는 것이다. 가장 화목해야 건전한 사회유도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사회를 끌어가는 기능을 한다. =그럴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그럴 수 없는 사안이 있다. 미국은 법치주의가안되면 50개 주를 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의 역할이 그만큼 더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우리의 남북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은 별로 없다. -소장판사들 가운데 사법부가 스스로 독재시대의 문제있는 판결에 대해 반성한적이 없다면서 사법개혁은 그런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때 그 자리 있어보지 않고 지금상황에서 단죄하자는 것인데, 정치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사법부는 다르다고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늘상 선두에 서서 살아왔을텐데 다른 많은 여성들이겪고 있는 어려움을 본인도 겪었다고 생각하는지 =겪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삶이 싫었기 때문에 이런 삶을 선택했다. 다만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걸으면서 여성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덕을 본 부분도많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추구해온 선배 여성으로서 후배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분야를 좋아해서 무엇인가가 되려고 한다면 결코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한다. 시집이나 가버릴까 그런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 일도 가정도 미리 포기하지않았으면 한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슈퍼우먼이 되라는 것인데. =하지만 가정이 해체된다거나 출산율이 낮아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초단위인 가정이 화목해야 사회도 건전하게 발전한다. -헌법재판관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고 또 기대도 많아부담스러울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면 =사실 스트레스 해소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특별한 방법은 없고 가만히앉아 생각도 하고 산보도 한다. 뭘 열심히 해서 푼다는 생각은 없고. 짬짬이 나는시간을 그렇게 허비하고 있다. 정리 김인현 기자 inhyeon@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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