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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헌재 재판관 지명된 전효숙씨 서열-성별 관행 깬 파격인선

 
  

 
[기사문] 헌재 재판관 지명된 전효숙씨 서열-성별 관행 깬 파격인선
발행일 : 2003-08-19 등록일 : 2003-08-20

[동아일보] 2003/08/19(화) 23:12



‘금녀의 벽’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여성 헌재 재판관에 지명된 전효숙(全孝淑·52)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영애(李玲愛), 전수안(田秀安) 부장판사와 함께 서울고법의 여성 부장판사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대법관 재목으로 꼽혀왔던 인물이다.
전 부장판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이며 1999년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이어 올 2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통틀어 처음으로 여성 형사부장에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전 부장판사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의견을 배려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적 분쟁을 규율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 등을 가리는 여성의 시각과 의견이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전 부장판사는 서울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실한 경영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은행장과 임원 등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을 들어왔다. 최근에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맡기도 했다.

전 부장판사의 지명에는 대법관 임명 제청 파동도 한몫을 했다. 대법원은 파동이 일어나자 법 적용의 위법성을 가리는 대법관에는 고도의 재판 능력을 갖춘 법관이 필요하고 법 자체의 문제점을 다루는 헌재 재판관의 구성원은 다양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공서열’이라는 그동안의 인선 관행을 깨고 50대 초반의 전 부장판사가 지명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장판사는 사법시험 17회로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사법시험 기수가 가장 늦은 주선회(周善會), 송인준(宋寅準) 재판관보다 7기가 늦고 나이로도 최연소인 송인준 재판관보다 일곱살이 적다.

여성계는 여성 헌재 재판관의 탄생으로 양성(兩性) 평등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중요한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계는 그동안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호주제 위헌 소송이 지지부진하고 대법원의 황혼이혼 패소판결, 농협 사내부부 우선 해고 무효소송 패소판결 등이 잇따라 나오자 여성이 전무한 사법부의 남성 위주 시각 때문에 보수적 판결이 나온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전 부장판사의 남편은 같은 서울고법의 이태운(李太云) 부장판사.

△전남 순천 51년생 △순천여고 △이화여대 법대 △사시 17회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