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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이 남자가 좋다 ⑤] 박 진 한나라당 대변인

 
  

 
[기사문] [이 남자가 좋다 ⑤] 박 진 한나라당 대변인
발행일 : 2003-08-08 등록일 : 2003-08-12
“보수정당 벗으려면 여성과 친해져야죠”  
  
◀<사진·민원기 기자>마흔 중반을 넘어선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듣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벼운 포옹도 그렇다. 이 남자는 좀 다르다. 아내는 물론이고 다 커서 아버지 손길을 덜 탈법한,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고3인 딸을 덥석덥석 안아주거나 툭 하면 사랑한다는 말을 던지는 그런 40대 중반의 남자다. 그것도 왠지 딱딱하고 권위적일 것 같은 정치인이다.

박 진(46) 한나라당 대변인이 바로 그 남자다. “유학생활 할 때부터 가족들간에 스킨십이 무척 자연스러웠어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주저 없이 포옹할 때가 많아 가끔 보는 사람들이 어색해할 때도 있었지만요.” 가족 사랑이 유별난 그지만 올 7월부터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나서는 가족들과 함께 할 짬이 잘 나지 않았다.

친구 같은 아내, ‘지역구 관리’ 내조

그래서 생각해낸 일이 ‘매주 토요일 가족과 영화보기’다. “집에서 밥 먹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가족과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기 시작했죠.” 황금 같은 토요일을 매주 부모님과 같이 보내는 일이 아이들한테도 쉽지는 않을 터. “다행히 아이들이 제 뜻을 잘 따라주어서 그 시간은 빼먹지 않고 함께 하고 있죠.” 은근한 가족자랑이 즐겁기만 한 그다.

캠퍼스 커플로 만난 아내 조윤희(46)씨에 대한 칭찬도 자자하다. “캠퍼스 커플이자 동갑내기여서 친구 같아요. 한양대에서 바이올린을 강의하고 있는데 정치하고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죠. 그래서 더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해주곤 합니다. 가혹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데 그런 아내가 제 정치생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어요.” 특히 대변인을 시작하면서 지역구(종로) 활동에 소홀하게 된 그를 대신해 지역주민들 만나는 시간이 많아진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여성계 현안으로 화제를 돌려봤다. 최대 현안은 호주제 폐지. 박 대변인은 점진적인 폐지론을 생각하고 있다. “여성의 독립적인 위치 확보를 위해 호주제 폐지는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사회 요구를 서서히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친양자 제도나 호주 승계순위 제도개선 등 점차적으로 바꿔갈 수 있지 않을까요. 당 정책위원회도 이런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어요.” 올해 안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 입장에서는 아쉬운 답변이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에 뜻을 같이하는 그이기에 한나라당 안의 호주제 폐지 움직임이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감은 실어볼 만 하지 않을까.

“여성의 정치 참여가 하루 빨리 늘어나야 해요.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잘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정치계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현실이 박 대변인은 아쉽기만 하다. “직접 정치를 해보니 여성이 남성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걸 알게됐어요. 멀티미디어 시대에 맞는 디지털 관련 산업기술 개발, 청소년 정보화, 복지, 교육분야 등이 그 예죠.”

그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생각은 없다. 최근에 구성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운영위원에 여성 비율이 30∼40%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이 그 시작이다. 주변에서 정치에 뜻을 둔 젊은 여성정치인들을 찾아내는 일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남성위주 보수정당’ 이미지를 벗으려는 노력과 같은 선상이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만 봐도 여성이 참여함으로써 정치분위기가 빨리 쇄신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여성위원이 4명인데 폭력적인 회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고 합리적인 토론이 잘 이뤄지거든요. 이게 바로 선진정치가 갖고 있는 부드러움이 아닐까요.”

한나라당 공동 대변인을 하고 있는 김영선 대변인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는 박 대변인은 “여성들이 일을 잘한다”는 생각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다.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지적 받는 상향식 공천에 대한 박 대변인의 의견은 뭘까. “상향식 공천은 남녀 상관없이 힘든 과정이지만 특히 정치에 처음 입문하는 여성들에게는 더욱 불리하죠. 경선 선거인단과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 여성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고 있어요.” 그는 이 대안을 현재 8개의 사고지구당 위원장을 뽑는 데 시도해볼 계획이다.

“상향식 공천, 여성에게 불리”

이와 함께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성매매방지법이나 생리대부가세 폐지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구두약속도 내밀었다.

박 대변인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 탓만은 아니다. 그의 여성에 대한 관심이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제가 맡고 있는 종로 지구당에는 열성적으로 신나게, 그것도 무보수로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여성부장, 여성위원회 등 여성관련 조직이 많기도 하지만 젊은 국회의원이 발로 뛰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밋밋한 악수가 아니라 끌어당기는 듯한 악수를 받을 때가 많죠.”

박 대변인은 여성들이 당당하고 깨끗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하나의 신앙처럼 간직하고 있다. “여성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내 딸과 아내, 그리고 대한민국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제는 성평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스스로 평등한 부부,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노력하고는 있지만 자신은 없다”고 말하는 박 대변인. 하지만 얼굴에 ‘이 남자가 좋다’라는 인터뷰 대상이 된 사실을 아내가 기쁘게 인정하고 좋아할 거라는 자신감이 스친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