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어디까지가 가족? 법마다 달라 논란 | ||
발행일 : 2004-12-05 | 등록일 : 2004-12-06 | |
[중앙일보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차남이 결혼해 따로 나가 살면 아버지와 가족일까 아닐까? 결혼한 딸과 친정 부모는? 현행 민법에서는 두 경우 모두 가족이 아니다. 반면 사회복지학회 등을 중심으로 입법 추진 중인 '가족지원기본법(안)'은 위탁아동과 수양부모, 그룹홈 형태로 함께 사는 장애인과 그 후견인을 가족관계로 규정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일상 생활을 함께하는 생활공동체를 가족의 범위에 포함한 것.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면서 가족 개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초부터 발효될 '건강가정기본법'과 이를 비판하는 '가족지원기본법(안)'도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호주제 폐지되면 장인.장모도 가족=현행 민법은 가족의 범위를 호주가 같은 경우로 정하고 있다. 결혼해 분가한 차남이나 결혼한 딸이 현행법상 친부모와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이유도 바로 이 때문. 또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자녀는 법 상으로는 어머니와 가족이 아니다. 자녀의 호주는 아버지이고 어머니는 결혼 전의 호적으로 돌아가 자녀와 호주가 다른 때문이다. 이렇게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 가족 개념은 여성계 등이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핵심 이유 중 하나다. 법무부가 현재 국회에 제출한 민법개정안은 친부모.친자녀는 물론 생계를 같이하는 장인.장모, 시부모, 며느리나 사위, 처남 또는 시동생 등을 가족의 범위에 넣고 있다. 가족의 범위를 부계가 아니라 양계(兩係)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림 등에서는 "호주제가 폐지될 경우 우리 고유의 전통 가족이 붕괴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생계를 같이하지 않으면 사위나 며느리, 시부모 등도 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이가 많다. '생계를 같이한다'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거 또는 경제적 지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짐작되지만 정확한 개념 규정은 없다. ◆피 안 섞여도 생활공동체면 가족=내년 초부터 발효되는 '건강가정기본법'은 모부자(모자 또는 부자로 이뤄진 한 부모 가정).노인단독.장애인.미혼모의 경우 가족이 아닌 '가정'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족을 결혼과 혈연만으로 정의할 때 새롭게 나타나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법적으로 반영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건강가정기본법을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족지원기본법(안)'은 가족의 범위를 보다 넓게 정하고 있다. 한 부모 가족 등은 물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나 단독가구 등도 가족으로 보자는 것. 이 법안을 추진해 온 전북대 윤홍식(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컨대 연로한 부모를 돌보는 간호 휴가 등을 시행할 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자녀(단독가구)도 적용돼야 한다"며 "따라서 보다 현실성 있는 가족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민법상의 후견인도 가족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친구 자녀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가족이냐"는 식의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는 한동안 논란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moonk21@joongang.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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