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창고/보도자료

[기사문] '법적 가족' 개념 사라진다 - 2006년부터 호주제 폐지, 개인별 등록제로 전환

 
  

 
[기사문] '법적 가족' 개념 사라진다 - 2006년부터 호주제 폐지, 개인별 등록제로 전환
발행일 : 2003-08-22 등록일 : 2003-08-22

[프레시안] 2003년 08월 22일 (금) 11:12

   이르면 2006년부터 호주(戶主)제가 삭제된 민법개정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27일 입법 예고할 민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된 때로부터 2년 후 시행토록 정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6년부터 개정 민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법률적 가족 개념 사라지고 개인별 신분등록제
  
  호주제가 폐지됨에 따라 호적법도 ‘개인별 신분등록법’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올 정기국회에 민법 개정안과 함께 호적법 개정안까지 제출하기에는 촉박해 호적을 관장하는 대법원에 호적법 개정을 권고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민법 개정안은 현행 민법(제778, 779조)에 규정된 호주 및 가족의 범위를 삭제했다. 따라서 호주라는 개념과 '가족(家)'이라는 개념이 민법에서 아예 사라지게 된다.
  
  법무부가 이끌고 있는 가족법개정특별위원회는 21일 이같은 혁신적인 개정안을 결정하고 범정부적 민.관합동체인 '호주제폐지 특별기획단'는 이를 의결해 오는 2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1960년 민법 시행 이후 여성계가 끈질기게 요구해온 호주제 폐지운동이 마침내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상정되게 된 것이다.
  
  여성계는 그동안 호주제가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고 여성은 늘 남자에 의존하는 종속적 존재'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호주제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호주제가 부계 우선주의.남계혈통 계승을 강제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개인별 신분등록제다. 그동안 호주제의 대안으로는 부부를 단위로 한 '가족부'와 개인별 호적을 갖는 '1인1적제'를 놓고 법무부. 여성계 등이 강하게 대립해 왔다.
  
  개인별 신분등록제에 따르면 현재의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호적 대신 국민 개개인이 신분을 등록하게 된다. 4인 가족의 경우 4명 모두가 개별 신분등록 기록을 갖게 된다.
  
  신분등록표에는 개인의 출생.혼인.사망.입양 등 신분 변동 사항과 함께 부모.배우자.자녀가 기록될 뿐 형제자매가 누구인지도 기록되지 않아 형제자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신분등록표를 열람해야 한다.
  
  자녀의 성도 부부 합의, 재.이혼 가정은 가정법원 결정에 따라 변경 가능
  
  여성계에서는 호주제 폐지에 따라 재혼.이혼 가정의 경우 비록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른다는 제한이 붙어있지만 자녀의 성(姓)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재혼한 엄마를 따라 사는 자녀의 경우 새아버지의 호적에 올릴 수는 있었지만 성은 바꿀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등에 재혼 가정이라는 점이 노출됐다.
  
  이를 감안해 새아버지(繼父) 또는 어머니의 성과 달라 고통을 겪는 재혼.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아버지(生父)의 성 대신 새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혼 가정의 경우도 해당된다.
  
  또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호주가 바뀌거나 자녀가 호주를 승계하는 일 등이 없어질 전망이다.
  
  자녀의 성은 지금처럼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 조항을 뒀다. 즉 결혼할 때 부부가 합의하면 예외적으로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했으며 형제자매는 동일한 성.본을 따르도록 했다.
  
  총선 의식한 국회의원들 입장이 변수
  
  여성계는 호주제 폐지와 자녀의 자기 성 선택권이 부여됨에 따라 호주 승계와 깊은 연관이 있는 남아 선호 사상이 약화되고 여아 낙태와 성비 불균형의 사회적 문제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장인 '호주'가 없어지고 개별 구성원들은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이 경우 어린 아들.손자가 어머니.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 간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사라진다.
  
  현행 호주제에서는 아들 우선 승계 원칙에 따라 어린 아들.손자가 실질적 가장 노릇을 하는 어머니.할머니를 두고 법률적으로 '가장'노릇을 해왔다.
  
  또한 어머니가 친권과 양육권을 갖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경우도 자녀의 호적은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있었다. 비자 등 서류를 발급받을 때나 이력서 등을 쓸 때 함께 생활하지 않는 아버지를 호주로 기재해야 했다. 하지만 호주제가 폐지되고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바뀌면 자녀가 개별 기록을 갖게 되고 호주를 적는 일 등이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법무부는 수많은 논란 끝에 혁신적인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 있다. 여성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유림 등 일부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호주제를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림 측에서는 "호적이 사라지고 개인별 신분등록을 하게 되면 가족.사회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개인주의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림측은 "우리 사회가 각자 자기 집안.문중에 대한 긍지를 갖고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회안정과 발전을 이뤄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호적이 없어지면 자기 조상과 단절되기 때문에 이런 전통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