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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 폐지’ 물건너 보낼 수 없다

 
  

 
[기사문] ‘호주제 폐지’ 물건너 보낼 수 없다
발행일 : 2003-11-27 등록일 : 2003-12-02

[한겨레] 여성계가 숙원사업인 호주제 폐지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 막바지 총력전에 나섰다.
여성부와 여성단체들은 다음달 9일로 끝나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민법 개정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작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정기국회가 중단되긴 했지만 국회가 정상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일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국회의원과 언론사에 보내는 한편, 국회 앞 1인 시위 등 각종 행사를 열어 여론몰이에도 발벗고 나섰다. 이번 정기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민법개정안은 자동폐기되기 때문이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이달 중순께부터 매일 국회로 나가 정당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 장관은 한나라당 이강두·민주당 김영환·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 등 3당 정책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호주제 폐지를 당론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각 당이 호주제 폐지를 당론화하면 지역구 내 유림세력과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개별 의원들이 명분을 얻어 호주제 폐지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 장관은 이밖에 김기춘 법사위원장과 각 당 여성위원장을 포함한 의원들을 만나 민법개정안 연내 통과를 역설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호주제 위헌심판제청 구두변론에 직접 나가 호주제의 위헌적 요소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기도 했다.

‘호주제폐지운동본부’(호폐본)를 가동시킨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지난 19일 ‘호주제 폐지, 올해 안 국회통과시키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여성계의 힘을 모으고 있다. 여성연합 대표를 포함한 여성계 인사들 역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민주당 함승희 의원 등 호주제 폐지 법안에 영향을 미칠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같은 날 시작된 국회 앞 1인시위에는 배우 권해효씨(사진)가 나서 눈길을 끌었고, 호주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재혼여성,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 등의 1인시위가 이번주까지 이어졌다. 호폐본은 앞으로도 배우 문소리·홍석천씨,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유지나 동국대 교수, 하유설 신부 등이 매일 아침 1인 시위에 나서 홍보전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연합은 27일 호주제 폐지에 찬성의견을 밝힌 의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보약을 갖다 주는 ‘평등보약 전달식’ 행사를 열고, 이어 28일 저녁에는 여의도 국회앞 포장마차에서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진선미 변호사, 연예인 권해효·김미화씨, 남윤인순 여연 사무총장 등 각계 호주제 폐지론자들이 논객으로 나서는 ‘포장마차 허심탄회 토론회’를 벌여 관심과 설득을 유도해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다음주 중 5대 종단 여성지도자의 ‘호주제 폐지 촉구 기도회’와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촛불집회를 여는 등, 정기국회가 문을 닫는 12월9일 마지막 순간까지 호주제 폐지법안 통과를 위해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밖에 참여연대·녹색연합·경실련 등이 호주제 폐지 찬반 여부를 내년 총선 유권자운동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각 분야 시민단체들도 호주제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매일 언론사와 국회의원 273명 전원에게 팩스와 전자우편을 통해 보내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