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민법중개정법률안' 법사위 제안설명서 | |
등록일 : 2003-09-09 | |
호주제 폐지, '민법중개정법률안' 법사위 제안설명서 존경하는 김기춘 위원장님, 그리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님들을 모시고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드리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행 “민법”의 호주제를 포함한 일부 조항은 1957년 법이 시행될 때부터 지금까지 46년 이상 학계와 여성계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폐지 요구를 받아왔습니다. 호주제 폐지운동 역사를 돌아볼 때, 오늘 법제사법위원회의 “민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족법 역사에 획을 긋는 매우 뜻 깊은 사건입니다. 그동안 3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호주의 권리는 대부분 삭제되었습니다만, 여전히 호주제는 남아선호사상을 온존시키는 가장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를 낳기 위한 인공 임신중절로 한 해에 3만명 이상의 여자태아들이 죽임을 당하고, 셋째아이들의 경우 여아 100명당 남아가 141.4명에 이르는 등 성비불균형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적인 고아수출국이라는 불명예의 근저에도 호주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3쌍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호주제 존치론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호주제를 폐지하면 가정이 해체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호주제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서울대학교법학연구소의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의하면, 호주제가 없어진다고 가족붕괴가 심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72%에 이릅니다.위의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주제가 우리의 가족을 유지하는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가족해체의 예방과 건강한 가정의 육성은 민주적인 가족문화, 가족구성원들간의 사랑과 이해, 국가차원의 완벽한 보육지원, 철저한 노후보장이 이루어질 때 가능합니다. 유럽의 나라들이 호주제 없이도 우리보다 낮은 이혼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재혼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생부(生父)의 성(姓)을 강제하는 현행 “민법”규정 때문에 많은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성(姓)문제를 놓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혼 후 어머니가 친권과 양육권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어도 어머니는 자녀들의 동거인에 머무는 것이 현재의 호주제입니다. 위와 같이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는 가정이 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양성평등과 자녀의 복리를 보다 진전시키기 위하여 저는 51명의 동료의원들과 함께 “민법중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하였습니다. 개정 법률안에서는 남성우선의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호주제를 폐지하며, 호주를 중심으로 그 가(家)에 입적한 사람만을 가족으로 규정한 가족 규정을 폐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족형태를 법이 수용하고, 평등한 가족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원칙적으로 부계혈통만을 강제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자녀의 성과 본을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선택하여 결정하도록 하되, 협의할 수 없을 경우에는 부 또는 모의 협의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 개정안과 관련하여 호주제 폐지 이후 신분공시제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개정법률안에서는 시행시기를 공포 후 1년 이후로 정하였습니다. 이 기간 중에 기본가족별 편제나 1인1적제 중 새로운 신분공시제도를 도입하여 “호적법”을 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적사무를 담당하는 대법원에 따르면, 현재 호적전산화가 거의 완성단계에 있어 새로운 제도 도입이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민법”의 소관 부처인 법무부도 지난 주에 호주제 폐지를 전제로 한 “민법”개정을 준비하면서 1인1적제로 신분공시제도를 전환하기로 내부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00여 조항에 이르는 “민법”상의 “가족”개념과 연동된 다른 법률의 조정과 관련하여 개정 법률안의 부칙 조항에서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호적법”,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의 경우는 개별 법령을 개정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점에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시행 유보 기간 동안 검토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호주제 폐지 주장이 “가족”개념의 법제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헌 소지가 있는 “가족”의 개념은 개선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부성(父姓) 강제조항과 관련하여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이 조항은 우리나라가 1985년 비준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도 배치되는 조항이며, 이미 1999년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우리나라 호주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호주제 존치로 인하여 이미 국제적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원님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호주제와 관련하여서는 이미 2건의 위헌심판청구가 제기되어 있습니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호주제는 헌법 제10조(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제11조(평등권), 제36조제1항(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규정에 배치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호주제의 근간이 되는 종법제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자녀에게 부친의 호적만을 따르도록 한 규정을 개정하여 신생아에게는 부모 중 어느 한 쪽의 호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호주제는 우리의 전통이 아니며, 중국의 종법제와 일본의 천황제의 영향으로 도입된 국적불명의 제도입니다. 호주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가정이 늘고, 국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호주제도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본연의 의무를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정은 상호 평등과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님들의 진지한 심의를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8월 11일 국회의원 이미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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