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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21일 국회의원 272명 전원 성향조사 결과 발표"

 
  

 
[기사문] "21일 국회의원 272명 전원 성향조사 결과 발표"
발행일 : 2003-06-18 등록일 : 2003-06-25

[미니 인터뷰] 호주제 폐지 '야전사령관', 고은광순 호폐모 운영위원
김지은 기자    


▲ 고은광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운영위원.  ⓒ 우먼타임스 장철영  
"호주제 있는 곳에 고은광순 있다."

호주제 폐지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 '고은광순'이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호폐모) 운영위원이며 한의사이기도 한 그는 호주제 폐지 운동현장의 '야전사령관'이다.

그는 지난 2001년 가을 직접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호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 것으로 '현장'에 뛰어 들었다.

당시 그가 느꼈던 것은 "국회의원들의 무지와, 무관심과, 무소신". 고은씨는 "말이 설문조사지 반은 강의였다"고 돌아봤다. 의원들이 호주제에 대해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고은씨는 당시 '14탄 시리즈'를 시작했다. 호주제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글을 1탄에서 14탄까지 써 직접 의원실에 돌린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의식은 2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듯 하다.

고은씨는 <오마이뉴스>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의 결과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무식이 아직도 국회의원을 지배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이어 그는 "누가 소신이 없고, 누가 지구촌의 상식에 어긋나는 야만적인 사고방식 갖고 있는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라며 "이들을 꼭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은광순 호폐모 운영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 2년 전 국회에서 직접 의원을 설득하고 다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반대하는 의원 중에는 지금도 '남자만 씨가 있다'고 생각하는 '혈통 불변의 법칙'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또 많은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말하겠다' '어느 쪽 의견 말하면 다른 쪽에서 반발한다'며 비겁하게 말한다. 이런 의원이 있다는 게 불행이다. 무식과 무관심, 무소신이 아직도 국회의원을 지배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자기의견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 번 총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다음 번 당선 위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꼴이다. 목적이 전도된 상황이다."

- 2년 전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나?

"의원들 대부분이 남성 중심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회수율이 적기도 했을 뿐더러 의원들이 쉽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일단 무관심했다. 또 가부장제의 폐해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설문조사하면서 반은 가르쳐야 했다.

보좌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보좌관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유림 목소리도 있는데 왜 너희 목소리만 들어달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유림들의 목소리는 목소리일 뿐 아니라 이제껏 법을 틀어쥐고 있었던 사람들의 주장 아닌가. 법으로는 수십년, 문화적으로는 수백년 동안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다.

이제서야 우리가 바른 소리를 내게 됐는데 '다양성' 운운하나? 기득권 위한 나태하고 게으른 사고다. 양성 평등이란 관점은 아예 저들의 머리 속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에 의원들의 실제 성향보다는 진보적으로 결과가 나와서 당시 신문들이 인용보도 하기도 했지만 속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한심스러웠다.

이를 계기로 '14탄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뒤로 글을 써서 돌리고 호주제 폐지의 내용이 담긴 그림 엽서도 돌리고 했다. 국회 안에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인식을 하게 하고 싶었다."

- 당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설문조사 하면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우편함에 넣었더니 확인해 본 결과 의원들이 직접 안보더라.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일일이 방문한 것이다.

그런데 원래 의원실을 방문해서 유인물 돌리는 것이 금지돼 있다. 한번은 경비에게 들켜서 양팔이 잡힌 채 쫓겨 나오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아는 국회의원실 등에 사정을 설명하고 같이 들어가기도 했다."

- 시민단체들이 '호주제 폐지 272'를 출범시켰다.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후 호주제 폐지가 본격 논의 될 때 누가 계속 회색빛을 띠고 있는지, 누가 장막 뒤로 숨었는지 블랙 리스트를 만들 것이다. 또 누가 소신 없고 누가 지구촌의 상식에 어긋나는 야만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이를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또한 오는 21일까지 국회의원 272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성향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이밖에도 법사위 소속 의원실을 방문해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다."  

2003/06/18 오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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