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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인구의 절반 여성...국회의원 여성비율 6%


   
  

 
[기사문] 인구의 절반 여성...국회의원 여성비율 6%
발행일 : 2003-11-30 등록일 : 2003-12-02

[업코리아]

여성과 정치,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단어의 조합이고, 또 어울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정치가 '국가중대사를 다루는 중요한 일'이면서 또 '지배자'의 일이라면, 여성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잡다한 일'에 종사하는 주로 '피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여성과 정치를 연결시키고자 하는 작업들이 시도되고 있다. 여성과 남성사이의 권력관계를 되짚어 보는 일부터 가부장적인 정치세계의 새 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활동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내년 총선을 맞이하면서 보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명제아래 여성의 정치세력화 작업이 여성운동권을 중심으로 한창이다. 사실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참정권 운동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서구에서 1800년대 말에 여성들의 투표권을 얻기 위한 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권리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들은 1948년에 남성들과 똑같이 선거권, 피선거권을 부여 받았지만 정작 정치권에 참여한 여성 수는 그야말로 극소수이다. 대표적인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여성비율을 보면 지난 15대까지 평균 약 3% 가량 된다. 즉 300여명의 국회의원이 있다고 할 때 10명 정도의 여성의원이 참여한 셈이다. 물론 이 여성들도 보통여성들이 아니라 거의 남자 같은 여자들, 또는 드센 여자들이라고 꽉 찍힌 여성들이었다. 아예 남성복장을 하고 등원을 한 여성의원도 있었다.

이처럼 양념수준도 안되던 여성정치인 수가 지난 2000년 선거에서 약 두 배로 늘었다. 273명 중 16명이 당선되면서 6%정도를 차지하였으니 남들이 보면 웃겠지만 여성계에서는 나름대로 자축도 하였다. 하지만 50%를 차지하는 여성의원 비율이 6%이니 결국 여성의 대표성은 10분의 일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지저분한 정치권에 뭐 여성들까지 들어가려고 그렇게 노력하느냐고 냉소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정치야 말로 남성의 특성에 더 맞는 곳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적합지 않다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정말 선거철이 되어 돈과 조직으로 이루어지는 선거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여성들의 정치권 진입이 그 여성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가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여성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는 우선 민주주의의 심화 또는 정치발전론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해방이후 끊임없이 추구해 온 사회의 지향점인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들의 평등한 참여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인구의 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대표가 5%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민주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유엔에서 매년 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 등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은 항상 꼴찌 부근에서 왔다 갔다한다. 2002년에는 64개국 중 61위였고, 2003년에는 70개국 중 63위이다. 한국은 부자나라들의 모임인 OECD에도 가입해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경기에서 수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지만 결국 정치·사회적 분야에서는 하위를 달리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다.

여성들이 정치에 진입하지 못함으로 해서 오는 또 하나의 문제는 여성권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아예 정치권의 의제로 상정되지도 못하며, 겨우 상정이 되어도 주변적인 문제로 밀리거나 무관심으로 통과에 애를 먹기 마련이다. 한 예로 모성보호법이 통과될 때도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고 3일 만에 나와서 밥을 하셨는데, 요즘 여자들은 편해 가지고...'라는 발언을 자랑스럽게 하는 남성의원들 속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한 줌도 안되는 여성의원들과 여성단체가 벌인 고군분투기는 가히 소설적이다.

이번에도 호주제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며, 성매매방지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성의원들이 좀 더 있었다면 이런 법안들이 이렇게 통과되기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요즘 남녀공학인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 가면 모두 남자반장, 여자반장을 따로 뽑는다.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의 이익과 관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국가사를 다루는 국회에 우리는 남자반장만 뽑아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성의 정치참여의 이유로 드는 것이 깨끗한 대체인력으로서의 여성인력론이다. 현재 진창을 걷고 있는 정치권의 부정부패의 사슬을 과연 누가 끊을 것인가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인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물론 여성이 본성적으로 더 도덕적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고, 단지 여성들에게는 부패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는 설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 현재 부정부패의 근원이 되는 학연, 지연, 밤의 접대문화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따라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강금실장관이 남성이었다면 아무리 개혁의지가 있었다 할지라도 사법부에 대해 그 정도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여성의 정치권 진입에 대해서는 여성들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현재의 남성중심의 정치권에 끼어들기를 하는 것이 적합한가,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으며 여성의 참여가 생물학적인 여성 모두를 의미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여러 주제들은 계속해서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문제들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여성의 참여확대가 여성만을 위해서 여성들끼리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사회발전의 차원에서 남성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조현옥(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