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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진단 2003 한국]급물살 탄 ‘호주제폐지론’(下)

여성연합 2010. 12. 29. 10:30
 
  

 
[기사문] [진단 2003 한국]급물살 탄 ‘호주제폐지론’(下)
발행일 : 2003-06-09 등록일 : 2003-06-10

[진단 2003 한국]급물살 탄 ‘호주제폐지론’(下)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지 않는 이들도 현행 호주제의 문제점은 인정한다. 과거처럼 대가족시대에 집안을 대표하는 ‘호주’의 개념 대신 핵가족, 독신인 1인 가구, 재혼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복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로 개편돼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의 호주제가 폐지된 다음 우리의 신분증명을 해줄 대안은 무엇일까.

김상용 부산대 법대 교수는 “호적제도의 본질은 ‘개인의 신분등록’이며 개인의 민법상 신분에 관한 사항(출생, 혼인, 이혼, 입양)과 친족관계를 기록하고 공시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현행 호주제가 폐지돼도 개인의 증명과 국가관리 차원에서라도 시대정신에 맞는 신분등록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들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다. 1993년 법무무 민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위원장 김주수 교수)가 만들어져 호적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많은 연구자료와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제의 대안으로 ‘가족부’와 ‘개인기록부’(1인 1적제), 그리고 현행 주민등록과의 결합 등을 제안한다.

◇가족부

기존의 호적제도의 편제단위인 가(家)와 호주를 폐지하는 대신, 부부와 미혼자녀를 기본단위로 편제하는 방식. 부부는 서로 협의해 호적의 기준인을 정한다.

배우자나 자녀가 생기면 새로 독립된 호적을 편제해야 하며 미혼자녀 2세대만이 동일호적에 오르고 3세대는 동일호적에 못오른다.

▲장점=가족간의 친족관계를 일괄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공동체를 가(家)로 보는 일반적 통념에도 맞고 가족관계를 하나의 공부에 기재해 신분관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현행 호적의 장점을 유지해 큰 무리가 없다.

▲단점=가족단위이므로 개인의 신분기록을 찾기 위해 색인기능(본적과 가족부의 명칭 또는 기준자의 명칭)을 별도로 가져야 한다.

또 인지·입양·혼인 등의 사유로 가족단위가 달라지면 이적과 신분기록을 새로 해야 한다. 이혼 등으로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에 자녀의 호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혼인외 출생자의 호적을 어느 호적에 편제할 것인가, 전혼 중에 태어난 자녀와 후혼 중의 자녀를 어느 호적에 올리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부부와 미성년자로만 가족의 전형을 규정해 편부모가족, 부부가족, 일인가족, 재혼에 의한 복합가족, 동성간 가족 등 다른 가족형태는 모두 비정상적 가족으로 차별받을 우려가 크다.

◇개인기록부(1인1적제)

한 사람이 하나의 호적을 갖는 것. 태어나면서 모두 개인 호적을 갖게 되며 본인의 성명과 등록지, 주민등록번호로 특정된다. 가족의 기재범위는 부모·배우자·자녀로 한정해 형제자매는 기재하지 않는다.

친족관계를 추적·검색할 수 있도록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고 가족들의 개인특정 사항이나 신분변동 사유는 적지 않는다.

▲장점=한 사람에 관련된 사항만 적어 기재가 간편하고 사생활 보호면에서도 탁월해 전문가들은 물론 여성단체에서도 가장 강력히 추천하는 방법이다.

본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신분기록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신분기록을 색출할 필요가 없고 본적과 호주의 명칭이나 기준자도 필요없다. 본적, 후적 등도 쓸 필요가 없으며 자녀의 신분기록을 부모 중 누구의 가족부에 할 것인가에 관한 복잡한 문제도 해결된다.

▲단점=현행 전산시스템의 내용을 변경해야 하며 주민등록번호의 기재 및 그 정확성 확보를 위한 시간·인력·예산이 필요하다.

또 부모나 형제 등 친족들의 구체적 신분사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자의 신분등록표를 모두 열람해야 하는 번잡함이 있다.

그러나 전국 호적사무의 전산화 작업이 모두 완료돼 제도 변경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매우 적어졌고 가족부나 개인기록부 모두 제도 변경이므로 비용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너무 급격한 변화여서 국민정서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점이다.

◇가(家)라는 허구를 깨고 진정한 가족상을 정립해야 한다

“호주제는 거대한 허구다. 장남의 호적에는 함께 살지 않더라도 어머니, 미혼의 형제자매가 같이 등재돼 있지만 이혼한 어머니의 경우 양육을 책임지며 함께 살아도 동거인일 뿐이다.

이처럼 호주제는 현실과 무관한 추상적 단체인 가(家)를 지켜가기 위해 개인의 인권을 희생시키고 부부평등·양성평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평등을 위해, 또 호주가 혼자 짊어진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호주제가 폐지돼 21세기의 가족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

최근 ‘호주제 폐지 및 대안 심포지엄’에서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시대정신에 맞는 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세계에서 호주제를 지키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다. 핏줄로 얽힌 가족만이 가족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가정을 이루고 사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며 남녀 모두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새로운 미풍양속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것이다.

〈유인경기자 alice@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3년 06월 09일 18:3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