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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폐지 5회 릴레이기획 ②호주제 폐지 어디까지 왔나(2)-정치권

여성연합 2010. 12. 28. 15:24
 
  

 
[기사문] 호주제폐지 5회 릴레이기획 ②호주제 폐지 어디까지 왔나(2)-정치권
발행일 : 2003-05-27 등록일 : 2003-05-29
[우먼타임스]


소수 女의원 주도…작년 대선기점 급물살

여성,사회.시민단체 대표들이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호주제 폐지 272인 명단발표와 함께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호주제 폐지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5월 27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라는 소중한 결실을 이끌어냈다. <사진/연합>

정부가 ‘호주제 폐지추진기획단’을 설치해 지난 5월 16일 첫 가동에 들어가며, 호주제 폐지를 공식화시킨 가운데 여성부 홈페이지에는 호주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연 호주제는 무엇이고, 폐지는 가능한 것일까. 본지는 5회에 걸쳐 호주제 폐지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여성계의 호주제 폐지 주장에 비하면 정치권의 논의는 극소수의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을 뿐이다.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호주제 폐지’ 주장은 정치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곡예’일 수밖에 없었던 것. 정치인들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지만 ‘지지층 이탈이라는 무리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진짜 이유가 그 이면에는 깔려 있었다.

1958년, 1977년, 1989년 세 차례의 가족법 개정을 거치면서 호주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법상의 남녀차별 조항이 개정되거나 삭제됐다. 그런 점에서 호주제 폐지의 숙원이 이뤄진다는 것은 법제도상의 양성평등이 완전히 실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제도상 양성평등 실현 의의

지금까지 호주제 폐지는 다른 가족법 개정의 통과를 위해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논의 자체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치권의 호주제 폐지 운동의 선구자로는 1973년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회장을 역임한 이숙종 의원이 꼽힌다. 이 의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대법원장, 국회의원들에게 여성계의 합의를 모은 가족법 개정 결의문을 발송하는 운동을 펼쳤다. 아울러 가족법 개정 요강 해설 책자, 포스터 발간, 가족법 강연 등 가족법 개정 운동을 함께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이 의원의 활동은 여성계 호주제 폐지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정치권내 논의를 불러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77년 여성계는 제2차 가족법 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여성계의 청원서 제출을 도왔던 이가 현재 민주당 대표인 정대철 의원. 이범준 의원 역시 청원서 제출의 산파역을 담당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그 해 12월 정기국회에서 가족법의 일부가 개정됐지만 호주제 폐지는 여전히 정치권의 논의에서는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들의 의원발의 형식으로 처음 호주제 폐지 법안이 제출된 것은 1988년으로 당시 김장숙, 박영숙 의원 등 여성의원들이 주도해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1989년 12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당시 호주와 관련한 조항 중 호주의 권리·의무 조항이 대폭 삭제됐다.

의원 입법발의 88년이 처음

그러나 제3차 가족법 개정을 거친 이후에도 호주에 관한 조항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범위 확정, 부가 강제 입적 규정 등 호주제 자체의 존치로 인한 폐해는 계속 유지됐다.

정치권에서 호주제 폐지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 대선이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입장 표명에 대해 슬그머니 발을 뺄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여성유권자를 내세운 여성계의 압력을 후보들이 피해갈 수 없었던 것. 여성계가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호주제 폐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국 양당의 대선 후보들로부터 호주제 폐지에 대한 공약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은 2002년 5월 ‘국가혁신위원회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나라“존치하되 폐해 보완”

국가혁신위 보고서는 한나라당이 대통령 선거 공약을 확정하기 전 당의 전반적인 정책 윤곽을 설정한 것으로 ‘한나라당의 목민심서’라 할 수 있는 보고서다. 이중 대부분이 지난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약으로 채택된 바 있다.

국가혁신위원회 보고서상의 호주제 폐지 입장은 친양자 제도의 도입, 호주 승계 순위 개정, 여아 낙태 방지 운동 등 호주제는 존치하되, 여타의 방법으로 호주제의 폐해를 보완하고 있다.

국가혁신위 보고서의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은 “호주제 폐지를 목표로 호주 승계 순위를 재조정하고 친양자 제도를 도입한다”고 확정됐다. 이밖에도 “가족의 가치(family value)를 중시하고 한부모 가정, 독신 가정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종합적인 가족정책을 추진하며 불법적인 태아 성감별과 여아 낙태를 철저히 규제한다”는 공약이 포함됐다.

오는 6월 26일 결정될 당 대표주자들의 호주제 폐지에 대한 입장 역시 대선 당시의 한나라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6인의 주자 중 2인만이 호주제의 완전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의 지지세력이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여성정책위원회 강현희 수석전문위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호주제 폐지라는 말은 생활 전반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시점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지은희 장관께서 조금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특히 부성 강제조항의 삭제와 관련해서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세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여진다. 호주제 폐지 논의가 이런데, 그 대안으로 1인1적제가 거론되기는 더더욱 시기상조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주제의 연내 폐지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연내 폐지라는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여론 확산을 도모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 대선공약 “적극 폐지”

한편 민주당은 호주제를 적극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호주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적극적으로 폐지를 찬성하던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호주제 폐지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4일 공식 활동을 종료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시 호주제 폐지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인수위의 호주제 폐지 입장은 다음과 같다.

“호주제는 남아선호와 성비불균형 등을 초래해 혼인생활의 성평등성을 저해한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적극 확산하고 폐지 이후의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호주제 폐지는 결국 6월초 이미경 민주당 의원의 ‘호주제 폐지’ 대표 발의라는 소중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의원의 이번 발의로 호주제 폐지라는 여성계의 숙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김유진 기자(kyj@iwom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