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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호주제폐지 릴레이기획 ④ 국회 장벽 무너질까?

여성연합 2010. 12. 29. 10:32
 
  

 
[기사문] 호주제폐지 릴레이기획 ④ 국회 장벽 무너질까?
발행일 : 2003-06-11 등록일 : 2003-06-12
[우먼타임스]

민법개정 동참 52명“이제 시작”


△ 지난 5월 27일 오전 김희선의원과 이미경의원을 비롯한 여성계 인사들이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중개정법률안'을 국회 의안국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  
정부가 ‘호주제 폐지추진기획단’을 설치해 지난 5월 16일 첫 가동에 들어가며, 호주제 폐지를 공식화시킨 가운데 여성부 홈페이지에는 호주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연 호주제는 무엇이고, 폐지는 가능한 것일까. 본지는 5회에 걸쳐 호주제 폐지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지난 5월 27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52명의 국회의원들이 동의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들이 호주제 폐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272명의 국회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이루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경 의원의 민법개정안 발의가 있던 날,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호주제 폐지 272’를 결성하고 국회의원을 상대로 1대1 설득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기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면담하고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중개정법률안’이 법사위의 안건으로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호주제 폐지를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폐지를 원치 않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답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됨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나, 남아를 선호하는 것도 문제지만 남자들이 너무 없어도 문제”라며 “초등학교에 여자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라는 등의 말을 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설득작업 이전에 올바른 인식부터 갖게 하는 것이 절실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아직 호주제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않거나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등 국민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더욱 호주제 문제에 말을 아끼고 있다.

사정이 이렇긴 하지만, 국회의원들도 호주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01년 11월 5일부터 12월 22일까지 국회의원 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의원의 80.5%가 호주 승계 순위는 ‘남녀차별’이며, ‘남녀 구분 없이 연장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81.4%는 ‘부모 이혼 시 자녀가 아버지의 호적에 남게 되는 현행법이 부당하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지난해 처음 상임위가 된 국회 여성위원회(위원장 임진출)는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족부’와 ‘1인1적제’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 적도 있다. 이 자리에는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 및 의회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해 국회에서도 호주제 폐지 이후 신분제도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몇년 전만 해도 호주제에 대해 이야기도 꺼내기 힘들었던 사정을 돌아보면 지금의 상황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호주제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민법개정안에 52명의 의원이 동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 모습.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국회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민법개정안 발의에 52명의 국회의원이 참가했다는 것은 예년과는 분위기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시간이 경과되면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면서 “호주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복지부장은 “과거에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지 않던 의원들도 이제는 쉽게 반대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 같다”며 “여론도 이미 호주제가 폐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반대할 이유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호주제 폐지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회통과가 관건인 상황에서 연내 호주제를 폐지하겠다는 여성부와 여성계의 희망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이미 난항이 예상되고 있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며, 특히 ‘성씨 문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연내에 호주제 폐지를 실현시킬 계획이지만, 이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문제들이 많다. 특히 성씨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설득이 요구되고 있다”면서도 “법안을 지지하는 52분의 국회의원이 있고, 각 부분에서 효과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명 호주제 폐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결정이다. 재선에 연연하면서 지역구민의 눈치를 살피는 국회의원도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구 달성군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호주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폐지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1인1적제가 좋다고 본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전국구 의원이 아니라 지역구 의원으로서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신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진다면 ‘호주제 폐지’는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국민들 대다수가 호주제 폐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현석 기자(bhs@iwom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