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姓) 함께쓰기 선언 | ||||
우리는 태아성감별에 의한 여아낙태로 인간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통탄하면서 남아선호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부모 성(姓) 함께쓰기 선언'을 채택하게 되었다. 신생아의 여남성비가 여아 100명단 남아 115명(1994년)이 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는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일년에 3만여명의 여자태아가 부모에 의해 살해당하는 반인륜적, 반인권적 상황이 부끄럽게도 바로 이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남성중심의 불평등 사회인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의 가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가부장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들, 손자, 딸 순으로 승계되는 호주제, 부계 혈통만을 중시한 동성동본제도, 여성이 남성의 집안에 시집가도록 되어 있는 부가(夫家)입적제도, 아들이 제사를 모시는 관습, 자녀는 원칙적으로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 제도는 '아들을 낳아야 대를 이을 수 있다'라는 강고한 가부장적 의식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족제도의 불평등은 사회에서의 남녀불평등의 기반이 되고 있다. 여성을 남편의 피부양자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사회 보장 제도, 여성을 임시직, 보조직 등 주변부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노동시장의 구조, 명백한 사회적 재생산이라 할 수 있는 임신, 육아의 부담을 개별여성, 개별가정의 부담으로 돌리는 사회제도 등이 모두 남성중심의 가족관, 가족제도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사회 변화에 맞추어 남성 중심의 가족제도와 성차별적인 사회제도, 관습, 태도 등이 변해야 한다. 가장 먼저 수백년 동안 지속되어온 남성 중심의 가족제도가 변해야만 여아 태아를 살해하는 행위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성차별적인 생명관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여아낙태의 부끄러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호주제와 동성동본금혼을 명시한 가족법을 개정하고, 여성의 정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운동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종래의 가족관과 관습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일을 시작하고자 한다. 하나의 방법으로 성씨제도의 민주화를 우리는 주창한다. 남녀의 평등한 참여와 합의에 의해 성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아버지 성만을 써온 우리 세대부터 부모성을 함께 사용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한다. 우리의 이 운동이 여자이기 때문에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에 의해 살해당하는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여남평등 사회를 향한 의식개혁의 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1997년 3월 9일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1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부모성(姓)함께 쓰기 선언자 일동 대표선언자 이이효재외 170명 -------------------------------------------------------------------------- ■ 부모성 함께 쓰기 선언자 170명 ■ <여성계> 고황성희(전북여성연구회 회장) <학계> 강권순원(한신대 교수) <의료계> 강최명자(꽃마을 한방병원 원장) <국회의원 및 정부관료> 신이낙균(국회의원) <문화/출판계> 강이맑실(주식회사 사계절출판사 대표) <사회단체> 박노원순(변호사,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사무처장) <법조계> 정박연순(변호사) <기타> 김권명일(임대업, 건축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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