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호주제 폐지하라", 여성들 분홍빛 흥겨운 목소리 | ||
발행일 : 2003-10-03 | 등록일 : 2003-10-06 | |
[뉴시스] "호주제를 폐지하라" 분홍빛 옷과 보자기, 스카프, 모자, 그리고 심지어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여성들이 한데 모여 '호주제 폐지'를 흥겹게 외쳤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0여개 여성·시민·문화단체는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원구단 시민공원에서 소속 회원과 시민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대한민국 여성축제'를 열었다. '호주제 폐지 카드섹션'으로 시작돼 '낙태당한 여태아를 위한 살풀이 퍼포먼스, 에밀레', '레즈비언 전통혼례식'으로 이어진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낙태 퍼포먼스 에밀레가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아마츄어 무용가 채화씨(20)가 공연한 에밀레는 생명 잉태의 기쁨을 묘사한 1막과 절망적인 낙태의 고통을 그린 2막, 다행히 낙태당하지 않고 태어난 여자아이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3막으로 구성됐다. 1막에서 잉태된 생명을 상징하는 분홍빛 공을 들고 환희의 춤을 추던 채씨는 2막에서 고통스럽게 공을 떨어뜨리며 절망의 춤을 추다가 무대에서 퇴장했고, 잠시 뒤 어린 여자아이 10여명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올라 춤을 췄다. '호주제 폐지 카드섹션'에서는 모든 동식물이 암수 둘씩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화투 위에 '호주제 폐지 올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흔들렸다. 또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인 자민련 김학원 의원,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 최병국 의원의 이름이 '나가있어!'라는 글귀와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레즈비언 전통혼례식'에서는 "가족은 이 사회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다"며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비를 상대로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중요한 건 호주도 전통도 아닌 사랑이다"고 외쳤다. 이날 축제의 사회를 맡은 여성학자 오한숙희씨(44)는 "호주제는 여성을 소외시키는 거대한 장벽이다"며 "호주제 폐지 없이는 여성들에 대한 어떤 억압과 차별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한씨는 이어 "그러나 우리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남성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남성과 함께 당당히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에밀레를 공연한 채씨는 "여아낙태의 배경에 호주제가 있다"며 "호주제 때문에 낙태당하는 요즘 여자아이들의 모습은 종을 만들기 위해 딸아이를 쇳물에 집어넣었다는 신라시대 전설 속의 그들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는 관중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구경만 하던 종래의 공연방식을 탈피해 공원 전체를 무대로 삼아 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공원 구석구석에는 축제의 시작부터 알뜰장터와 금연침·비만침 코너 등이 마련돼 있었고, 참언론을 뽑는 시민투표와 화폐에 등장할 최초의 여성인물을 뽑는 스티커 투표가 실시되기도 했다. 고준성기자 jsko@newsi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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