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개천절에 분홍빛 하늘이 열린다 | ||||
발행일 : 2003-10-02 | 등록일 : 2003-10-06 | |||
[오마이뉴스]
"여자만 와야되냐구요? 아닙니다. 양성평등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개국을 기념하는 개천절, 그간 대한민국의 하늘은 '남성만의 하늘'이었다며 새 하늘을 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새하늘 새땅을 여는 대한민국여성축제'(이하 여성축제) 추진위원들. 이들은 오는 3일 낮 12시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최초의 개천 여성축제를 열어 '양성평등 세상 만들기'를 선포한다. 여성문화예술기획·21세기여성포럼·한국가정법률상담소·한국동성애자연합·여성정치인경호본부·개혁국민정당·공무원노조·다름으로 닮은 여성연대·대한여한의사회·민주노동당 등 40여개 여성·시민·문화단체 및 정당이 여성축제 준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이 마련한 여성축제의 취지는 '모이자, 놀자, 바꾸자'. 양성평등을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한판 흥겨운 축제의 장을 벌이고, 이들의 기운을 모아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뜻이다. "이제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낼 때가 됐습니다. 호주제 폐지만해도 정부안까지 만들어졌는데 국회의원들은 미동도 않고 있잖아요. 그간 대한민국의 하늘은 '남성 중심'이었습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여성들이 새 세상을 열어보자는 뜻을 펼칠 겁니다." 여성축제 추진위원인 고은광순(48·한의사)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운영위원의 설명이다. 고은 위원의 말대로 여성축제에서는 여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낼 시간도 마련된다. 호주제폐지·양성평등 1분 발언,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회의원별 성향 조사 결과 발표 대한민국 여성헌장 선언 등이 그것이다. 고은 위원은 이날 포크레인 위에서 직접 지은 '새 개천절 향가'도 발표한다. 고은 위원은 이 향가에서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풍자하고 양성평등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축하공연 또한 푸짐하다. 페미니스트 가수 안혜경·이화여대 댄스팀 '액션'·이반 풍물패 '바람소리'·타악 락밴드 '리타' 등이 축하공연을 하고 참석자들은 카드섹션, 바디 퍼포먼스를 통해 하나됨을 느낀다. 40여개 참여단체들은 역사 속 여성인물을 조명하는 코스프레(costume play)·알뜰장터 등의 부대행사를 맡았다. 축제를 하루 앞둔 고은 위원의 부탁 한마디. "분홍 색 옷을 입고 오세요. 없다구요? 고무장갑도 괜찮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간 분홍색은 천박한 여자들의 색, 남자들은 죽어도 안 입는 색으로 치부되지 않았냐는 것. 개천절 하루만큼은 분홍색이 가진 편견을 딛고 일어나 '분홍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다. 실제로 주최측에서는 현장에서 분홍 고무장갑 1500개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이날 여와 남이 한데 뒤섞여 만드는 '분홍 기운'이 새 세상을 어떻게 열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은 기자 (luna@ohmynew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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