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평등으로 가는 길’개통 안되나 | ||
발행일 : 2003-09-22 | 등록일 : 2003-09-22 | |
[경향] ◇16대 마지막 정기국회 여성관련 법안 추진 총력전 ‘공중화장실 변기수 조정에서 호주제 폐지까지’ 현재 열리고 있는 정기국회의 여성관련 법안들의 범위이다. 평범한 주부들에겐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겨지지만 자구 하나로도 사실상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법안들이다. 100일동안 계속되는 이번 국회에 상정된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16대 국회가 끝나 법안이 폐기되기 때문에 법안을 추진하는 측은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 올려지는 여성관련 법안은 모두 28건.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것끼리 모으면 주요한 네댓개 정도로 묶인다. 여성의 생활과 관련된 어떤 내용들이 추진되고 있는지 주요사항들을 살펴본다. ▲호주제 폐지=잘 알려진대로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장의 개념이 없어지고 호주승계 순위도 없어져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법률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된다.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구성원의 신분변동을 기록하는 호적 대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하나씩 개인별 신분등록 기록을 갖게 된다. 아버지 성을 강제로 써야 하는 조항도 없어져 원칙적으로는 아버지 성을 따르되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이혼·재혼가정의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을 바꿀 수도 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올라 있다. 골자는 크게 알선업자 처벌강화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확대.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따라 이미 성매매는 범죄로 규정되어 성판매, 구매자와 알선자 모두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성매매자의 처벌을 중시하고 알선업자의 처벌은 가볍게 하는 단속관행과 법원의 판례가 굳어져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윤방법’의 한계. 추진중인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알선이나 강요·광고·유인·권유·장소제공 등 다양한 성매매 알선범죄를 구분해 명시하고 건물을 제공한 건물주까지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윤방법 하에서는 성매매의 강압성을 입증해야 성판매자의 처벌을 면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발적 성매매를 입증하지 않으면 피해자로 보고 사회복귀를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보육업무관련=흩어져 있던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는 것이 가장 주된 이슈.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고 초등학교 교사수준으로 대우를 높이는 유아교육법안도 올라와 있다. 여러 내용들이 나온 영유아보육법 중 개정법률안은 전체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저소득층 중심의 보육이념을 일반아동까지 확대하자는 것이 큰 줄기다. 평가인증제·교사자격 관리 등을 강화하자는 내용 등이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모성보호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임신중 월 1회의 유급검진휴가 보장과 노동부 지침으로만 있었던 유산과 사산시 유급보호휴가법제화가 주요 내용. 출산휴가후 복귀 시 동일업무와 임금보장, 임신중 과중한 근로 전담금지 등도 올라와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생리휴가 무급화 문제도 다뤄진다. ▲기타=공중화장실 법안과 생리대 부가세 면세문제가 눈길을 끈다. 공중화장실 법안은 현재 남자는 대소변기가 따로 있는데 여성은 대변기만 있어 남자변기의 2분의 1 수준이므로 앞으로 공공화장실을 만들 때 여자화장실의 변기 숫자를 남자의 대소변기 합친 것 이상으로 만들라는 것. 생리대 부가세 면세는 생리대는 필수품이므로 장애인 보호장구 중 일부와 마찬가지로 10%의 부과세를 면세하라는 내용이다. 이밖에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중 개정법률안은 여성부에 남녀차별금지사안에 대한 시정명령권을 주자는 것. 이제까지는 권고에 그쳤다. 이중 여성계에선 다른 어떤 법안들보다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꼭 이뤄질 것을 바라고 있다. 보육이나 교육관련 법 상당수는 좀더 논의되고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정책실장은 “법안을 최종심의하는 법사위 15명 의원들 대부분이 법조인 출신의 남자의원들로 여론보다 훨씬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낸다”면서 “여론을 있는 그대로만이라도 반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7월16일 동성동본 금혼제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99년 1월부터 적용이 중지돼 사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 조실장이 든 보수성향의 대표적인 예. 법사위원 중 유일한 여성인 조배숙 의원은 “호주제 폐지 여론이 비등하고 특히 성매매방지법의 경우 공청회까지 열어 입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뤄진 상태”라면서도 “막상 심사에 부쳐지면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제에 대해선 지난 20일 182개 시민단체가 참가, 호주제폐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민집회가 열리고 성매매 안하기 1백만인 서명운동이 펼쳐지는 등 법 통과를 위한 일반시민들의 여론은 뜨겁다.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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